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던 50대 남성이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흡연도, 음주도 하지 않았고 특별한 지병도 없던 그는 의료진조차 원인을 쉽게 찾지 못했다.
결정적인 단서는 뜻밖의 일상 습관, ‘고카페인 에너지음료’였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영국 노팅엄시티병원 의료진은 최근 영국의학저널(BMJ)에 게재한 증례보고를 통해 이 사례를 공개했다.
과도한 에너지음료 섭취가 뇌졸중과 고혈압 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혈압 254’까지 치솟은 응급 상황
환자는 어느 날 갑자기 왼쪽 팔다리 저림과 감각 저하, 비틀거림 증상을 보이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측정된 혈압은 수축기 254, 이완기 150이었다. 즉각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뇌출혈이나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는 ‘고혈압 위기’ 상태였다.
정밀 검사 결과 뇌혈관이 갑작스럽게 수축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MRI에서는 뇌 깊숙한 부위인 시상 손상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뇌졸중으로 판단하고 즉각 치료에 나섰다.
◆치료 후에도 호전 없는 혈압…의료진 당황시킨 ‘변수’
입원 치료와 재활 이후 환자의 전반적인 뇌 기능은 비교적 양호하게 회복됐다.
그러나 퇴원 후 3개월이 지나도 혈압은 쉽게 내려가지 않았다. 왼쪽 감각 저하는 오히려 심해졌다. 혈압약을 추가로 늘려도 효과는 미미했다.
흡연·음주·약물 남용 이력이 전혀 없고 평소 활동적인 생활을 해온 환자였다는 점에서 의료진도 원인 규명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생활습관을 다시 면밀히 확인한 끝에 ‘결정적인 단서’가 드러났다.
◆하루 8캔, 카페인 1.2g…‘음료’로 착각한 위험
추가 문진에서 환자는 하루 평균 8캔의 고함량 에너지음료를 마신다고 밝혔다.
캔당 카페인 함량은 160㎎으로, 하루 총 섭취량은 약 1200㎎. 일반적으로 성인의 권장 상한선(약 400㎎)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의료진이 즉시 에너지음료 섭취 중단을 권고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수주 내 혈압은 정상 범위로 안정됐고, 처방받았던 약물도 3주 만에 모두 중단할 수 있었다.
이후 3개월, 6개월 추적 관찰에서도 고혈압은 재발하지 않았다. 환자는 직장으로 복귀했다. 8년이 지난 현재까지 추가 뇌졸중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첫 뇌졸중으로 인한 왼쪽 손발의 감각 이상은 일부 후유증으로 남았다.
환자는 “에너지음료가 이렇게 위험한지 전혀 몰랐다”며 “지금도 저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에너지음료는 ‘관리 대상 자극제’”
의료진은 이 사례가 건강한 생활습관만으로 뇌졸중 위험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고카페인 에너지음료는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해 혈압 급상승과 뇌혈관 수축을 유발할 수 있다.
반복될 경우 실제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음료에 포함된 카페인뿐 아니라 타우린, 과라나, 당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혈압 조절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약물에 준하는 생리적 영향을 주는 수준”이라고 경고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원인 불명의 고혈압 위기나 비교적 젊은 뇌졸중 환자를 볼 때 에너지음료 섭취 여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진 항목”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에너지음료는 규제는 느슨하지만 영향은 강력한 ‘회색지대 자극제’”라며 경고 표시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두근거림·두통 반복, ‘음용 습관’부터 점검해야
의료진은 에너지음료 섭취를 중단하면 증상이 호전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위험이 ‘가역적’일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뇌졸중은 한 번 발생하면 완전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음료 섭취 후 심한 두근거림, 두통, 어지럼, 한쪽 팔다리 저림이나 힘 빠짐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섭취량을 점검한 뒤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에너지음료의 위험이 일시적 각성 효과를 넘어 실제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기 인식과 관리가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라는 점에서, ‘마시는 습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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