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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대신 레슨받다가 첼리스트가 된 정기립 누구나 동행챔버오케스트라단원 “음악하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빨리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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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6 14:08:17 수정 : 2025-12-16 14:12:45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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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선생님이 오시는데 아들은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아내가 ‘그럼 당신이 할래?’라고 했고, 그때부터 첼로를 잡게 됐어요.”

 

시민 참여형 악단 ‘누구나 동행챔버오케스트라’가 12일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창단 연주회로 첫 무대를 열었다. 단원은 모두 31명. 이 가운데 악기 전공자는 10명 남짓이고, 나머지는 취미로 악기를 이어온 시민 연주자들이다. 첼로를 연주하는 정기립 단원은 분당에서 정신과의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50대 가장이다.

 

시민 참여형 악단 ‘누구나 동행챔버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정기립 단원이 첫 연주회를 앞두고 동료들과 연습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지난 10일 만난 정 단원은 “그냥 해보다가 한계에 부딪히면 그만두면 되지 싶었는데, 이렇게까지 음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약 9년 전 첼로를 처음 잡은 그는, 악기 연주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계기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꼽았다. “‘첼로의 성경’이라고 불리는 곡이잖아요. 실력도 안 되면서 쉬운 곡을 연주해봤는데, ‘내가 이걸 할 수 있다니’라는 순간이 왔고 그때부터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원래 즐겨 들었던 그는 초반에는 레퍼토리에 욕심을 내 독학하듯 연습하다 보니 자세와 기본기를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여러 선생님을 만나 기초부터 다시 배웠고, 수년 전부터 비로소 ‘제대로 된 연습’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정 단원은 “음악은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지만, 연주를 해보니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며 “연습을 거듭해 안 되던 부분이 되는 순간, 그 성취감은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연주의 즐거움은 합주에서 더 커졌다. 홀로 연주하는 데서 나아가 피아노, 바이올린 등과 함께 연주하며 화성을 쌓는 경험에 매력을 느껴 주변을 수소문해 아마추어 연주자들과 실내악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혼자 연주할 때는 화성이 없지만, 둘 셋 넷이 모여 서로 다른 음색의 악기들이 화성을 쌓을 때 느끼는 즐거움은 혼자 할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동행챔버오케스트라 오디션에도 도전하게 됐다.

 

12일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 시민 참여형 악단 ‘누구나 동행챔버오케스트라’의 첫 연주회. 세종문화회관 제공

지난 2월 단원 모집 당시 경쟁률은 3대 1. 영상 오디션에서 정 단원은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를 첼로로 편곡해 집에서 직접 연주 영상을 촬영했다. 그렇게 합류한 오케스트라에서는 또 다른 음악의 세계를 마주했다. 그는 “오케스트라에서는 느긋하게 다른 파트 소리를 들을 여유가 아직 없다. 지금은 제 소리만 들린다”면서도 “함께 연주할 때 음악이 완성된다는 느낌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창단 연주회에서 동행챔버오케스트라는 비발디의 ‘네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주제곡 ‘문 리버(Moon River)’ 등으로 프로그램을 꾸렸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처음 무대에 선 정 단원은 “연주의 기쁨은 잘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안 되던 것이 되는 순간에 있다”며 “나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가는 것, ‘동행’이라는 말이 이 오케스트라를 가장 잘 설명한다”고 말했다.

 

“음악은 최고의 힐링입니다. 혹시 음악을 시작해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빨리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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