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학교 문제 때문에 이사를 고민하고는 있지만, 아직 계약까지는 못 가고 있습니다”
서울 서부권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가장이다. 최근 학군과 생활 여건을 고려해 아파트 매물을 여러 차례 둘러봤지만 실제 매수 결정은 계속 미루고 있다. A씨는 “집값이 다시 오른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마음은 급해졌지만, 대출 부담이 워낙 커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며 “지금 사는 게 맞는지 계속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런 관망 심리는 시장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격 지표는 반등 조짐을 보이지만, 실제 거래는 급감하며 ‘체감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KB부동산에 따르면 12월 8일 기준 서울 매수세 지수는 13.4로 집계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표 2주 뒤인 10월 27일의 13.8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토허제 발표 직전인 10월 13일 매수세가 28.9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지만, 바닥을 찍고 서서히 회복되는 흐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거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부동산거래광장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777건으로 집계됐다. 10월 거래량이 약 8500건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절반 이상 급감한 수치다. 가격은 움직이는데, 계약은 멈춰 선 모습이다.
현장에서는 호가와 실거래 간 괴리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도자들은 고점을 기준으로 가격을 내리지 않는 반면, 매수자들은 금리와 대출 규제 부담 속에서 향후 시장 방향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문의는 늘었지만 막판에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지금은 서로 눈치만 보는 국면”이라고 전했다.
실거래를 보면 일부 단지에서는 최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자이더센트리지 전용면적 84㎡는 24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동작구 상도동 상도파크자이 전용 84㎡도 21억원에 최고가로 손바뀜됐다. 같은 달 29일 강서구 마곡동 마곡힐스테이트 전용 84㎡는 17억원, 14일에는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 전용 84㎡가 17억5000만원에 각각 최고가에 거래됐다.
다만 이런 거래는 입지와 브랜드, 연식이 검증된 단지에 국한된 모습이다. 전반적인 시장 반등이라기보다 ‘선별적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수요자 부담은 여전히 크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4억원 안팎까지 오른 상황에서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라도 대출 여력은 6억원 수준에 그친다. 결국 현금이 최소 8억원 가까이 필요해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NH농협은행 윤수민 부동산 전문위원은 “현재 시장은 가격이 급등하기보다는 상승폭이 둔화돼야 할 시점이지만, 매수 수요보다 매물이 더 빠르게 줄어든 상태”라며 “단지별로 실제 거래가 가능한 매물이 1~2개에 불과한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소진될 수 있는 매물은 이미 상당 부분 시장에서 빠져나간 상황”이라며 “정책 효과와 시장 방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연초 이후 거래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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