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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산재 불승인’ 줄패소… 행정소송의 두 배

입력 : 2025-12-15 19:14:33 수정 : 2025-12-15 21:40:43
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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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소율 20% 육박… 매년 늘어나
삼성D 청소근로자도 산재 판결
“업무와 암 발병 연관 부정 못 해”
근로자는 투병하며 7년간 싸워
“공단 보수적 인정… 절차 개선을”
李대통령 “취지 맞게 운영” 지적

39세에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일을 시작한 주부 손윤화(53)씨는 7년9개월을 일하고 6년11개월을 싸웠다. 최근 법원에서 ‘산재 인정’ 판결을 받은 손씨는 “법원에서는 이기는데 왜 공단에선 안 해준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항암 8차례와 방사선 치료 30회를 소송과 병행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요양급여 신청에서 불승인 처분을 받고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늘면서 공단의 산재 인정 절차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불승인율이 높은 질환들이 소송에서는 산재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박은지 판사는 지난달 26일 손씨가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취지의 1심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손씨는 반도체 공장 생산라인 내부 1∼9층을 오가며 청소와 쓰레기 정리 업무를 했다.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성이 높은 물질을 담았던 공병과 테스트지 등을 손으로 처리했다. 손씨는 “방진복에 노란 약품이 묻은 것을 탈의실에서 발견할 때도 있었고, 반도체 조각과 먼지를 면포로 닦아냈다”며 “마스크를 써도 약품 냄새가 독해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고 말했다.

 

요양급여신청을 했으나 일정 구역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는 이유로 산재 불승인 처분이 나왔다.

 

서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심의 결과에서 “(손씨의) 방사성물질 노출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며 “청소구역을 고려하면 다양한 공정에 노출됐다고 볼 수 있지만 빈도와 정도는 높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반박하며 질병 사이 인과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게 현재 의학 수준에서 어렵더라도 업무와 재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박 판사는 손씨가 1일 평균 8시간 청소 업무를 담당하면서 극저주파 자기장과 유해물질에 광범위하게 노출됐다고 판단했다. 또 진료기록 감정의 의견을 인용하며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유방암 위험을 증가시키며 물질들의 상승(시너지)작용으로 직업병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공단의 산재 불승인을 법원에서 뒤집는 경우가 늘면서 제도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은 2020년 ‘업무가 질병의 주원인에 겹쳐서 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면 인과가 있다고 본다’고 폭넓게 인정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하급심 법원에서 공단의 패소율은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에 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업무상 재해(사고·질병) 보상 관련 소송 패소율’은 2021년 12.0%에서 올해 8월까지 19.7%로 늘었다. 행정소송 전체 평균인 8.5%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이재명 대통령도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산업재해 인정은 사회보험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법원의 판결 경향이나 학계의 연구 결과를 봐서 일반적으로 해주는 거라고 하면 빨리 태도를 바꿔주는 게 좋겠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단의 불승인율이 높은 질병일수록 법원에서 인정받는 비율은 오히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 동안 공단은 뇌심혈관질환 산재 인정 신청의 66.5%, 직업성 암은 40.5%, 소음성난청은 38.7%에 대해 불승인을 내렸는데, 이는 전체 평균 불승인율(28.9%)보다 높다. 하지만 이 질환들은 소송에서 결과가 뒤집힌 경우가 많았다. 최근 3년간 불승인 이후 법원에서 ‘산재’를 인정받은 비율은 뇌심혈관 33.9%, 직업성 암의 경우 17.0%, 소음성난청은 24.6%로 평균(15.0%)보다 높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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