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이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따른 조치였다. 특검은 추 의원이 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을 방해했다고 보고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추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 전 신상발언에서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당당하게 법리와 진실 앞에 서겠다”고 밝혔다. 이후 법원은 이달 3일 “혐의 및 법리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추 의원의 영장을 기각했고, 특검은 추 의원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긴 상태다.
국회는 지난 9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이어 추 의원까지 올해 두 차례 체포동의안을 표결했다. 국회의 동의 없이는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에 따른 결과다. 불체포특권은 과거 권위주의, 군사독재 시절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외치는 빈도가 점차 늘고 있다. 일각에선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한 불체포특권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회기 중 체포되지 않는다’…불체포특권 왜 필요하나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헌국회 시절부터 22대 국회 현재까지 접수된 체포·구속동의안은 총 69건이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헌법 제44조가 보장하는 권리다. 헌법은 국회의원이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는 체포, 구금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도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
불체포특권은 행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국회의원을 체포해 의정 활동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한국에선 1948년 제헌헌법에 규정된 이래 불체포특권이 유지됐다.
검찰이 회기 중 현역 의원을 구속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을 받아야 한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정부와 국회에 ‘체포동의요구서’를 제출하고, 국회의장은 다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보고한다. 국회는 체포동의안이 보고된 때로부터 24∼72시간 이내에 표결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군사·독재 정권에서 국회의원들의 권한을 보장한다는 의미가 컸다. 최초의 체포동의안 국회 상정 사례는 1949년 조봉암 당시 농림부 장관 겸 의원이었다. 당시 조 의원은 비료와 양곡 횡령 혐의를 받았는데, 이는 이승만 정권에 맞선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해석됐다. 이에 국회는 조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역대 체포동의안 처리 어땠나
추 의원에 앞서 가장 최근에 체포동의안이 발부된 사람은 권 의원이다.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는 권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국회는 지난 9월11일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권 의원은 9월17일부터 구속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두 차례 체포동의안이 발부된 바 있다. 검찰은 이 대통령을 겨냥해 2023년 2월에는 대장동 의혹으로, 9월에는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월에 진행된 체포동의안 표결은 본회의서 부결됐지만, 같은 해 9월에 진행된 표결에선 당내 이탈표가 나오면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대통령은 헌정사 최초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제1야당 대표이기도 했다. 다만 서울중앙지법은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2022년에는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은 민주당 노웅래 전 의원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노 전 의원은 3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이외에도 민주당 정정순 전 의원, 무소속 이상직 의원, 국민의힘 정찬민·하영제 전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1대 국회에서 가결된 바 있다.
◆‘방탄국회’ 오명 부르는 불체포특권…제도개선 나서야
그동안 불체포특권은 군사정권 등에서 국회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져 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체포특권의 남용 및 오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국민이 공분하는 범죄사실에 대해서도 불체포특권을 사용하거나, 정당한 사법작용을 반대한다는 이유에서다.
제헌국회 때부터 지금까지 상정된 69건의 체포동의안 중 가결된 체포동의안은 17건(24.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부결(20건, 29%)되거나 임기만료폐기(15건), 폐기(12건), 철회(5건)됐다. 일본과 독일의 체포동의안 가결률이 각각 80%, 92.9%에 달하는 점도 ‘방탄국회’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불체포특권 폐지는 선거 국면에서 단골 공약으로 등장해온 소재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후보는 대선 국면이었던 지난 5월 국회의원 불체포·면책특권 폐지 등 국회 개혁안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도 2022년 5월 지방선거 지원 유세 과정에서 “불체포특권을 제한하자는 것에 100% 동의한다. 처음부터 제가 주장하던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51명은 2023년 3월 ‘불체포특권 포기 대국민 서약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김태엽 입법조사관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국내·외 비교와 쟁점’ 보고서를 통해 △본회의 상정 전 위원회 사전 심사 △국회의원 영장실질심사 자진 출석 등의 제도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조사관은 “불체포특권이 국회의 고유 기능과 핵심 임무를 수행할 조건을 형성·보장하는 것과 무관함에도 이를 ‘방패막이’로만 삼는 것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단기적으론 국회법이나 형사소송법 등 법률의 개정만으로 제도개선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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