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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우리 아이를 붙잡아준 건 의료진의 손과 마음이었습니다”

입력 : 2025-12-13 07:34:00 수정 : 2025-12-13 07:33:59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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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욱 센터장님, 이석원 교수님, 그리고 단국대병원 모든 의료진 여러분. 우리 아이를 살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단국대병원 장성욱 센터장이 퇴원 후 외래를 방문한 이군을 진료하는 모습. 단국대병원 제공

최근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 칭찬 게시판에 한 통의 장문의 편지가 올라왔다. 지난 2월 교통사고로 생사를 넘나들었던 15세 중학생 이모군의 부모가 마음을 다잡아 적은 감사의 글이다.

 

편지에는 사고 순간의 충격과 공포, 그리고 외상센터에서 마주한 ‘기적 같은 날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아들은 신호를 위반한 대형버스에 치여 간·폐 파열, 골반·쇄골 골절, 화상 등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보호자는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되뇌었다”며 “그러나 외상센터 문이 열리자마자 이미 수많은 의료진이 아이를 둘러싸고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우리 아이를 살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들처럼 보였다”고 적었다.

 

가장 잊히지 않는 장면은 아이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던 어느 날이다. 장성욱 권역외상센터장은 깊은 한숨 끝에 “어쩌면 선택의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가족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저는 의료인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끝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보호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를 ‘환자 한 명’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중환자실 출입이 제한된 시간 동안 보호자는 의료진의 설명에 의지해 하루를 버텨야 했다. 편지에는 “보호자는 아이를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상상만으로 밤을 보낸다. 그때 장 센터장이 단순히 ‘좋다·나쁘다’가 아니라 치료 계획과 수치 변화를 하나하나 설명해 줬다. 오늘을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고 적혀 있다.

 

외과적 치료를 맡은 이석원 교수의 노력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진다. 이 군은 여러 차례의 대수술을 거쳐야 했지만, 이 교수는 간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는 대신 매일 아침 간농양을 주사기로 빼내며 회복 가능성을 끝까지 확인했다. 보호자는 “교수님이 해외 논문까지 찾아보며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하나라도 더 찾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며 절망 대신 희망을 붙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이군을 치료하는 모습. 단국대병원 제공

의사들뿐 아니라 간호사, 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외상센터를 지탱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던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던 간호사, 밤새 옆에서 상태를 살펴주던 의료진, 말 한마디 건네기 어려워 눈물만 흘리던 부모의 어깨를 다독여준 직원들까지 하나하나 떠올리며 “여러분의 손길이 모여 우리 가족에게 기적을 만들었다”고 적었다.

 

편지를 보낸 부모는 “모든 사람이 낯설고 무서웠지만, 두 교수님과 의료진만큼은 이상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는 아들의 말도 전했다. 현재 그는 학원 수업과 친구들과의 운동 등 대부분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긴 치료를 견딘 아들은 현재 축구를 다시 시작했고, 내년 고등학교 재입학을 준비 중이다.

 

부모는 편지를 끝맺으며 이렇게 적었다.

 

“단국대병원은 우리 가족에게 기적을 만들어 준 곳입니다. 그날 우리 아들을 살려주신 모든 의료진께, 그리고 오늘도 누군가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뛰고 계실 모든 분께, 평생 잊지 못할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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