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 스트레스 소문 진짜냐
직장 ‘죽음의 장소’ 안 되게 해야”
“훈식이 형, 땅 산 거 아냐” 농담도
“대답 못 하는 모습 생중계 끔찍”
관가선 “소통강화” vs “줄 세우기”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처음으로 생중계된 부처 업무보고에서 장관뿐 아니라 외청, 산하기관장들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당면 현안에 대한 꼼꼼한 처리를 당부했다. 취임 후 첫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정책 방향성뿐 아니라 구체적 사안별로 칭찬과 질책을 병행하면서 공직 사회 내 긴장감을 높이고 ‘일하는 정부’ 기틀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업무보고를 앞둔 부처들은 마지막까지 자료 수정을 거듭하는 등 보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등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제가 오늘 공개적으로, 전 국민께서 지켜보는 가운데 업무보고를 받는다니까 스트레스 받는 분들이 많았다는 소문이 있던데 진짜인가”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동시에 소수이지만 문제가 되는 공직자들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직 사회가 긴장감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이 대통령은 “맑을수록 흙탕물이 더 많이 눈에 띄는 것처럼, 극히 소수가 연못에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처럼 물을 흐리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기관별 업무보고를 들으면서 이 대통령은 매서운 질문과 정책적 주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조세 제도를 두고선 “세무사들도 잘 못 알아먹을 정도로 너무 복잡하다”며 “(조세 제도 중) 예외의 예외의 예외의 예외(가 있다는데) 이게 도대체 뭐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기관장들을 향해선 ‘당근’인 칭찬과 ‘채찍’인 지적을 동시에 내놓으며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을 향해선 “국세청이 요새 열심히 하시는 것 같다”는 칭찬과 함께 “제가 체납관리단을 대규모로 만들라 했더니 손이 작아서 그런지 2000명밖에 안 했다”는 지적을 병행했다.
마약 밀반입을 막기 위한 방안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얼마 전 특송우편에는 별도 인력을 투입해 (우편집중국에서) 추가 검색을 하라고 했는데 하고 있느냐”고 물었는데 이명구 관세청장이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만 하고 있다”고 답하자 “왜 한 군데에서만 하느냐”고 질책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과 이 청장이 우편 단속이 일종의 검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법적으로 따져볼 부분이 있다고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내가 이 얘기한 지가 몇 달이 됐는데 그 고민이 아직도 안 끝났느냐”며 “우편물 내용을 보는 것도 아니고, 마약이냐 아니냐를 검색하는 건 국가권력의 정당한 행사 같은데 그게 왜 그렇게 문제가 되는지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선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산재 사망 사고가) 많이 줄었는데 소규모 사업장은 잘 안 줄어든다. 직장이 ‘죽음의 장소’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중간중간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도중 강훈식 비서실장을 향해 “고향에 왔는데 한 말씀 하시라”라고 발언을 권하고는 “훈식이 형, (세종에) 땅 산 거 아니야?”라고 농담을 던져 좌중이 웃음을 터뜨렸다.
관가에서는 생중계된 업무보고의 효과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한 사회부처 국장급 공무원은 “대통령이 질문했는데 대답 못 하는 모습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했다. 다른 실장급 공무원도 생중계의 단점으로 심하게는 ‘전 부처 공무원 줄 세우기’가 가능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긴장감 조성이 오히려 긍정적이고, 소통과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실장급 공무원은 “국민의 정책 이해도가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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