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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감수하고 당장 쓸래”…조기노령연금 첫 100만명 돌파

입력 : 2025-12-09 08:25:03 수정 : 2025-12-09 08:34:44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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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은퇴 후 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이 없는 ‘소득 공백기’를 견디지 못한 장년층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뉴시스

 

9일 국민연금공단의 최신국민연금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100만717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 선을 돌파했다. 한 달 뒤인 8월에는 100만5912명으로 증가했다. 

 

조기노령연금은 법정 지급 시기보다 최대 5년 앞당겨 받을 수 있지만, 1년 앞당길 때마다 연금액이 연 6%씩 줄어든다. 5년을 당겨 받으면 원래 연금의 70%만 수령 가능해 ‘손해연금’으로 불린다. 그럼에도 수급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은퇴자들의 현금 흐름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다.

 

성별로는 남성 수급자가 66만3509명, 여성 수급자가 34만2403명으로 남성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이는 은퇴 후 가계 소득 단절을 메우기 위해 남성 가장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조기 연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이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미 2023년부터 조기 연금 신청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국민연금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신규 신청자는 6만3855명으로, 반년 만에 전년도 전체 신규 수급자 수(5만9314명)를 넘어섰다.

 

원인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만 62세에서 63세로 늦춰진 데 있었다. 1961년생 은퇴자들은 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제도 변경으로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소득 절벽’을 견디지 못해 대거 조기 연금 신청에 나섰다. 당시 조사에서도 신청자의 상당수가 ‘생계비 마련’을 이유로 꼽았다.

 

조기 연금 신청은 단순히 생활비 부족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부담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도 이어졌다.

 

2022년 9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으로 피부양자 자격 요건이 강화되면서 연 소득 기준이 3400만 원에서 2000만 원 이하로 낮아졌다. 월 소득이 약 167만 원을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매달 건보료를 내야 한다.

 

연금을 제때 다 받아서 소득 기준을 초과해 건보료를 내느니 차라리 손해를 보고 연금액을 깎아서라도 연간 수령액 2000만원 선을 넘지 않게 조절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조기 연금 수령이 장기적으로 노후 빈곤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의 생활비와 건보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금을 앞당겨 받으면 죽을 때까지 감액된 연금을 받아야 한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연금액이 최대 30%까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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