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규제대책을 비웃듯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충남 천안 타운홀 미팅에서 “제가 수도권, 서울 집값 때문에 욕을 많이 먹는 편인데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있는 지혜와 없는 지혜를 다 짜내고 모든 정책 역량을 동원해도 구조적 원인이라 해결이 안 된다”고도 했다.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강화나 수도권 내 주택공급 확대로도 집값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토로한 것이다. 대안으로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했다지만 고강도 억제대책을 시행 중인 상황에서 현 정책의 잘못을 시인한 듯한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수도권 집중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고, 단기간에 해결될 것도 아니다. 작금의 부동산 시장 현실은 엄중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6·27 가계대출 방안’ ‘9·7 공급 확대 방안’ ‘10·15 안정화 대책’ 등 3차례의 대책을 내놨지만 허사였다. 10·15대책 이후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몰린 일부 지역은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여전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반면 집값 급등이 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규제 지역 확대에 따른 갭투자 위축으로 전세매물이 씨가 마르고 전셋값도 급등했다. 사실상 투기세력을 겨냥한 대책이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찬 형국이 돼버렸다.
지역균형 발전이 없으면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경솔했다. 정부 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효과를 거두기 마련이다. ‘집값 안정’에 올인해도 시원찮을 판에 국정 최고책임자의 비관적 발언은 시장으로 하여금 집값 상승을 용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역대 정부마다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헛구호에 그쳤다. 단기적 집값 급등 문제 해결과 더불어 수도권 과밀현상은 정권과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지금은 ‘패닉 바잉’으로 치닫는 집값부터 잡는 게 우선이다. 작금의 시장은 대출 규제와 수요 억제만으로는 역부족임을 보여준다. 정부가 이달 중 추가 공급대책을 발표한다지만 또다시 실효성 없는 숫자만 나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잦은 대책은 시장의 내성만 키울 뿐이다. 충분한 주택공급 물량과 더불어 구체적인 계획을 통한 속도감 있는 실행이 중요하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시장 친화적 대책을 통해 시장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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