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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원잠을 보유할 준비는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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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0 23:01:56 수정 : 2025-11-20 23: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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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잠 도입 동북아 해양 큰 영향
개발·운용 막대한 비용 불가피
원양해군 능력 보유 책임 가중
미·중 전략경쟁에 가세 의미도

한국이 드디어 ‘핵잠수함’을 갖는다. 시작은 다소 기묘했다. 지난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핵잠수함용 연료 공급을 요구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라고 답했다. 관세와 동맹 현대화로 한국을 압박해 오던 미국은 핵잠수함 건조에 흔쾌히 동의했다. 핵잠수함이 이렇게 쉽게 가져도 되는 무기인가 싶을 정도로 거침없는 흐름이다.

물론 핵잠수함은 핵무기가 아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핵잠’보다 ‘원자력추진 잠수함(원잠)’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핵분열·융합의 파괴력을 살상에 사용하지 않으므로 국제 비확산 체제가 의도한 규제 대상도 아니다. 애초에 한국이 만들려는 원잠은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하여 핵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할 우려도 없다. 그러나 안보를 위해 핵연료를 사용한다는 함의가 크기에 국내 여론은 원잠 건조 추진을 반기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원잠은 태생부터 국제정치를 위한 무기이다. 전 세계의 바닷속을 누비면서 은밀한 군사력을 과시하는 게 목표다. 그래서 한국의 원잠 도입은 대북억제에 그치지 않고 중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동북아 해양세력의 변동을 의미한다. 자유민주국가이자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원잠을 운용하면 국제질서 도전세력의 견제 임무에 투입될 수밖에 없다.

원잠은 비록 핵무기는 아니지만 시현 능력이 중요한 해군에게 원자력 추진 자체가 강한 존재감이다. 핵동력 플랫폼과 핵연료 공급 체계를 확보함으로써 한국은 미국 핵우산의 일방적인 수혜자에서 핵 인프라를 보유한 동맹으로 격상된다. 핵탄두 장착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보유하지 않는 한 원잠이 핵무기가 될 수는 없지만, 수중에서 해양위협을 지속적으로 감시-추적-정찰하는 센서플랫폼을 가지게 된다. 한국 원잠은 한·미 공동 핵작계를 수행하는 든든한 지원세력이 되면서 한·미 NCG(핵협의그룹) 체제를 지탱하며 핵 억제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비용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원잠 한 척은 약 3조원이며, 총 4척 확보 시 개발과 운용에 모두 40조원 이상이 소요된다. 원잠 경영난에 허덕이는 영국의 경우 연간 국방비의 18%를 해군에 쓰는데 원잠을 위해 추가로 20% 이상을 쓰지만 부족하다. 영국은 핵보유국으로 원잠이 유일한 핵무기라서 이런 비용 투입이 정당화될 수 있지만 우리는 어떨까? 당장 차세대 구축함 KDDX의 사업 속행을 결정하지 못하는 등 해군의 차기 전투함 예산이 모두 원잠 건조로 휩쓸려갈 것이 우려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과연 우리 정부가 원잠의 진정한 함의를 알고 이를 추진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우리 대통령은 원잠 보유 이유를 중국과 북한 잠수함의 추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영화와 달리 현대 해전에서 잠수함이 잠수함을 추적하고 격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원잠은 대양작전과 해양거부를 위한 전략자산이다.

원잠 보유로 인해 한국은 이제 역내에서 원양해군 능력을 가진 국가가 된다. 원잠은 사거리 제한이 풀린 탄도미사일과 함께 한국이 가진 지전략적 가치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한국이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베이징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탄 전력을 전개하며, 중국의 북해함대를 보하이만에 가두고 동해함대를 이어도 앞에서 차단할 수도 있다. 더 큰 힘에는 더 큰 책임감이 따르기 마련이다. 원잠 보유는 미·중 전략경쟁에 우리가 뛰어들었음을 뜻한다.

이런 와중에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주말에 돌연 남북을 뒤집은 한반도 지도를 공개했다. 북방으로는 북한, 서방으로는 중국, 동북방으로는 러시아를 견제하는 핵심 위치에 한국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북·중·러 삼각연대에 대응하여 주한미군이 유연성을 가져야 역내 안정과 한반도 방어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애초에 미국이 우리 원잠 건조를 승인한 것도 한반도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한반도 억제를 한국이 주도하면서 원잠 건조만으로 과연 충분한 거래이자 대책인지 돌이켜볼 때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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