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 공개 법안에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 공화당 의원들에게 찬성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엡스타인 관련 문건 공개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며 “숨길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문건 공개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공화당의 대성공, 특히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대한 공화당의 승리를 깎아내리기 위해 급진 좌파 광신도들이 꾸민 사기극”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법무부는 이미 엡스타인과 관련한 수만 페이지의 자료를 공개했고 그와 빌 클린턴, 리드 호프먼, 래리 서머스 등 민주당 간부들 간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며 “하원 감독위원회는 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가져갈 수 있고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에 무언가를 갖고 있었다면 우리의 압도적 선거 승리 이전에 공개했을 것”이라며 “공화당의 일부 당원들은 이용당하고 있고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입장은 이전과 다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엡스타인 문건 공개를 두고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도 대립각을 세워왔다. 지난 15일에는 핵심 측근이었던 공화당 소속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을 겨냥해 “배신자”, “공화당의 수치”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계속된 날 선 반응에도 공화당 내부에서 이탈표가 상당수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균열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바뀐 입장으로 백악관은 망신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엡스타인과의 과거 친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부에서조차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그린 의원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상처를 준 발언은 저를 배신자라고 불렀다는 것”이라며 “이는 완전히 틀린 말로서 그런 종류의 단어는 사람들이 저를 적대시하도록 선동해 삶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 의원은 또 배신자로 낙인찍힌 이유에 관한 질문을 받고 “안타깝게 모든 것이 엡스타인 문건으로 귀결된다”며 “그럼에도 공개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원은 이르면 18일 엡스타인 문건 공개 법안 표결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공화당 내 찬성표가 100표에 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숫자는 밝히지 않으면서도 “이번 주 표결에서 많은 표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엡스타인 문건 공개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관련 내용이 즉시 세상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존 튠 의원이 법안 표결에 나설지 불분명하다. 만일 법안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막힐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엡스타인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엡스타인의 함정은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에 저주”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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