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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거북선, 日 몽골 침몰선…바닷 속 영광의 전쟁사 [지금, 옛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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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15 19:42:51 수정 : 2025-11-15 19:42:51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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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인양 사실이 공개된 마도4호선을 비롯해 지금까지 발굴된 고선박은 모두 15척. 흔히 ‘바닷 속 타임캡슐’로 불린다. 타임캡슐처럼 당대의 역사와 생활문화상 연구에 소중한 자료들을 품은 그대로 바다 아래로 가라 앉았기 때문이다. 깊은 바다, 접근이 쉽지 않은 그 곳에 어떤 과거가 통째로 수장되어 발견된 날을 기다리고 있을까. 

 

한국 수중고고학의 오래되고, 절실한 바람 중 하나가 거북선이다. 세계 해전사의 가장 빛나는 성과인 이순신 함대의 거북선은 다양한 버전의 이미지가 존재하지만 실물을 확인한 적은 없다. 섬나라 일본도 바닷 속 함선 찾기가 한창이다. 자국 배가 아니라 13세기 일본 열도를 침공했다 폭풍우에 휘말린 원나라 함선이 수색의 대상이다. 일본 입장에서 이 배들은 ‘신풍’(神風), 즉 가미카제가 보호한 자랑스런 역사의 증거다.     

 

영화 ‘한산’에서 묘사된 거북선

◆포탄, 총통으로 확인된 이순신 함대 

 

거북선이 어딘가 잠들어 있다면 유력한 후보지는 경남 거제시 하청면 칠천도 바다다. 이순신이 부재한 사이 원균이 지휘한 조선 수군이 거북선, 판옥선 등 150척 안팎의 군선을 잃은 칠천량해전(1597년)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거북선찾기 작업은 1973년 해군의 주도로 시작됐고, 2000년대 들어 경상남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이어갔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우리나라 해역에서 발견된 10여 척의 고선박 대부분이 고려시대의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선시대 함선인 거북선의 발굴을 기대를 해볼만도 한데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순신 함대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유물이 발굴됐다. 거친 물길로 유명한 울돌목 인근의 전남 진도군 오류리 바다에서 임진왜란 당시 쓰인 것으로 보이는 총통과 석환(石丸)이 나왔다. 울돌목은 13척의 배로 133척의 일본 수군을 물리쳐 우리나라 해전사에서 가장 빛나는 승리로 꼽히는 명량대첩(1597년)이 벌어진 곳이다. ‘명량대첩로 해역’이라 불리는 발굴 지역은 울돌목에서 남동쪽으로 4.2㎞, 전투가 벌어지기 하루 전 조선 수군이 머물렀던 벽파진에서 북서쪽으로 불과 500m 떨어진 곳이다. 

 

명량해역로에서 발굴된 소소승자총통

2012년에는 총통 3점, 돌로 만든 포탄 4점 등이 나왔다. 길이 57㎝, 무게 2㎏ 정도인 총통에는 “만력 무자년 4월에 전라좌수영에서 만든 소소승자총통”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만력 무자’은 명량대첩이 일어나기 9년 전인 1588년이다. ‘좌영’은 전라좌수영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제작시기와 발굴 장소 등을 고려할 때 이순신이 이끈 전라좌수영일 가능성이 크다.

 

‘소소승자’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의 대표적 소형 화기였던 승자총통의 한 종류를 일컫는 듯하다. 선조대에 개발된 승자총통은 사거리 최대 700m, 적을 살상할 수 있는 유효사거리는 160m 정도다. 난중일기에 1592년 6월 2일 벌어진 해전에서 대승자총통, 중승자총통을 사용했다고 기록이 있다.

 

일본 나가사키현 다카섬 바다에서 확인된 원나라 침몰선.

◆원나라 침몰선, ‘신이 보호한 일본’의 증거 

 

‘가미카제가 불어 큰 타격을 입은 원나라 군대는 철수했다.’ 일본인이라면 학창시절 역사 수업 시간에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말이다. ‘겐코’(元寇)라 불리는 1274년, 1281년 중국 원나라의 일본 침공 때의 상황을 말한다. 당시 세계 최강의 무력을 자랑하던 원나라는 고려까지 끌어들여 1274년 900여 척, 1281년 3500여 척으로 함대를 꾸려 대규모 원정을 감행하지만 강한 폭풍우를 만나 실패하고 말았다. 일본 입장에선 당시 침몰한 원나라 함선을 찾는 작업은 ‘신이 보낸 바람’, 즉 가미카제가 보호한 일본의 역사를 확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원나라 침몰선과 함께 발굴된 투구

나가사키현 북부 이마리만의 다카섬 인근 해역은 1281년 원나라 함대가 침몰한 현장이다. 1호선이 2011년, 2호선 2015년, 지난해 10월 3호선이 발견됐다. 1, 2호선은 각각 27m, 20m 크기다. 도자기와 검, 활과 화살, 투구 등의 무기·무구 등 다양한 유물이 나왔다. 군함인 만큼 무기가 두드러지는 데 그 중에서도 ‘테츠하우’라 불리는 공 모양의 유물이 주목을 받았다. X레이 등으로 내부를 확인한 결과 작은 철조각, 도자기, 목재 파편이 담겨 있어 화약으로 폭발시킬 경우 꽤 큰 살상력을 가진 것으로 판단됐다. 

 

원나라 함선에서 사용된 닻 인양 장면 

다카섬 해역에서 또 다른 침몰선이 확인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런 기대를 뒷받침하는 유물이 배를 고정하는 데 사용한 닻이다. 이 곳에서는  목재 닻 여러개와 무게를 더하기 위해 목재 닻에 고정한 돌 36개가 발견됐다. 닻돌 중 무거운 것은 170㎏를 넘는 것도 있다고 한다. 배와 운명을 같이했을 닻돌이 많다는 건 침몰선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많은 닻돌이라는 점에서 다카섬 해역은 ‘바닷 속 경주’로 불리는 충남 태안의 마도 해역과 닮았다. 마도 인근 바다에서 나온 닻돌은 150여 개나 되어 수중문화재의 보고로서의 위용과 가능성을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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