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오석륜 시인, 나쓰메 소세키의 하이쿠 작품 조명한 ‘나쓰메 소세키의 하이쿠’ 출간

입력 : 2025-11-15 09:58:34 수정 : 2025-11-15 11:50:32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오석륜 인덕대 교수가 일본 근대문학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소세키의 문학적 출발이 소설가가 아니라 하이쿠 시인이었음을 보여 주는 ‘나쓰메 소세키의 하이쿠’를 출간했다. 하이쿠는 일본에서 발원한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연결하는 5-7-5의 열일곱 자로 된 짧은 시다. 소세키는 ‘지난 천 년 동안의 일본 문학 작가에 대한 독자 인기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일본 근대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견 시인이자 일본 근현대시 연구의 권위자인 오 교수는 책에서 소세키의 주옥같은 하이쿠 133편을 엄선하여 번역하고, 작품마다 인생과 계절과 우주의 질서를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이야기처럼 들려준다. 충실한 해설은 소세키의 문학 세계를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겹겹이 달린/ 덕은 외롭지 않은/ 귤나무로세

(累々と德孤ならず蜜柑哉)

 

덕(德)은 귤나무처럼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하이쿠 풍으로 살려, ‘논어’의 한 구절인 “덕이 있으면 따르는 사람이 있으므로 외롭지 않다(덕불고필유린, 德不孤必有隣)”를 겹겹이 달린 귤나무에 비유했다. 그 기상천외한 발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방적공장의/ 피리 소리 울리고/ 겨울비 오네

(紡績の笛が鳴るなり冬の雨)

 

새로운 소재인 ‘피리 소리’에 착안했다. 참신한 발상으로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은 기존의 전통적인 하이쿠의 발상에서 벗어난 무척이나 자유로운 사고를 반영한다.

 

두들겨 맞고/ 낮 모기 토해내는/ 목탁이로세

(叩かれて昼の蚊を吐く木魚哉)

 

목탁은 불공을 할 때나 사람들을 모이게 할 때 두드려 소리를 내는 기구지만, 한편으로는 세상 사람을 깨우쳐 바르게 인도할 때도 쓰는 상징성도 있다. 소세키는 스님이 목탁을 치면 목탁 속에 숨어 있던 모기가 도망갈 것을 상상했다. 그것은 곧 목탁을 통한 번뇌로부터의 탈출이 아닐까. 이 짧은 하이쿠에 목탁과 모기를 배치한 것은 소세키의 시인으로서의 재능이다.

 

두견새여/ 나가기 어려웠네/ 똥 누느라고

(時鳥厠半ばに出かねたり)

 

당시 세간에서 화제가 된 작품이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두견새의 목소리를 들었으나, 똥 누느라고 그 목소리도 그 모습도 보러 갈 수 없어서 유감이라는 뜻이다. “똥 누느라고”는 ‘뒷간에서 볼일 본다’는 뜻이다. 변소, 화장실을 당시에는 뒷간이라고 불렀다. 원문에 나오는 한자 측(厠)은 뒷간 ‘측’. 두견새는 당시의 수상 사이온지 긴모치(西園寺公望, 1849-1940)를 가리킨다.

 

나태주 시인은 추천사에서 “나의 후기 시에는 하이쿠의 영향을 받아 쓴 시가 많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풀꽃’ 시도 그 가운데 한 편이라 할 수 있다. 근현대 일본 문학의 영웅 나쓰메 소세키의 하이쿠 시집 원고를 받아 읽었다. 한마디로 놀라웠다. 나는 소세키를 일본의 소설가로만 알았는데 그가 이렇게 많은 하이쿠를 쓴 시인이라니! 소설가이기에 앞서 시인이었다니! 일단은 나의 무지를 한탄해 본다”고 썼다. 소세키의 제자로, 하이쿠 시인·수필가·물리학자로 활약한 데라다 도라히코는 “소세키의 하이쿠를 알지 못하고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오 교수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된 소세키의 하이쿠 단행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하이쿠가 어떤 매력을 품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순간, 커다란 울림과 함께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가을 분위기 물씬…단발도 예쁘네
  • 정은채 가을 분위기 물씬…단발도 예쁘네
  • 문가영 완벽 미모 과시…시크한 표정
  • 엔믹스 설윤 '완벽한 미모'
  • [포토] 아이린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