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의 역사/ 장 들뤼모/ 박용진 옮김/ 앨피/ 2만5000원
“젖과 꿀이 흐르는 이 땅을 지상의 낙원에서 흘러오는 강이 가로지른다. 이 강은 에메랄드, 사파이어, 토파즈, 베릴, 자수정, 기타 보석들을 가져온다. 특히 후추를 많이 생산하는 숲이 있다. 이 숲은 올림포스산 기슭에 있다. 이 산에서 한줄기 물이 흘러나와 지상낙원 근처를 지나는데, 그 물의 향기가 모든 향신료에 향을 더한다. 만약 공복에 이 물을 세 번 마시면 더 이상 병에 걸리지 않고 마치 서른두 살인 듯 평생을 살 수 있다.”
서양 기독교 문명을 지배한 공포 감정과 사후세계 연구에 일생을 바친 프랑스 종교학자가 서구 문명권에서 ‘낙원’이 어떤 방식으로 형상화되고 변모했는지 장기적 관점으로 추적했다. 저자에게 서양 문명 3000년 역사는 결국 잃어버린 낙원, 금지된 행복을 찾으려는 순례 과정의 다른 이름이었다. ‘에덴동산’ 개념이 고대 및 중세의 지리적 상상에서 출발해 르네상스·근대과학시대에 이르러 어떻게 유토피아적 이상으로, 그리고 현대적 ‘이상사회’ 담론으로 전환됐는지를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3부작 중 첫 번째인데 특히 낙원의 기원적 이미지, 미술·지도·문학 속 표현을 중심으로 한다. ‘창세기’의 에덴 개념과 고대 ‘황금시대’ 신화가 어떻게 결합됐는지를 살피고 낙원의 실제적 위치를 두고 동방 탐험과 신대륙 발견까지 망라한 지리적 탐색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낙원은 더 이상 단순히 ‘한 장소’가 아니라 ‘잃어버린 상태’ 혹은 ‘향수의 공간’으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미술과 설교문, 문학 작품 등에서 낙원의 도상과 상징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도 중요한 축이다. 중세 말부터 르네상스기에 걸쳐 낙원 상상이 단순한 회귀적 꿈이 아니라, 상실된 원형을 되찾으려는 역사적·문화적 욕망으로 전환되었다고 보고한다. 서구 기독권 중심의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신학·지리사·미술사·문학사를 넘나드는 분석 덕분에 ‘낙원’이라는 담론을 역사·문화의 관점에서 새롭게 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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