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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작가 권길상, 황룡사 9층 목탑 재건 통해 서라벌 부활 꿈꾼 소설 ‘서라벌’ 출간

입력 : 2025-11-15 06:00:00 수정 : 2025-11-15 11:52:24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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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신라의 찬란한 수도 서라벌, 그곳에서 하늘에 닿을 탑을 세우려 한 인간들의 이야기가 다룬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해외에서 목수로 일하며 얻은 경험을 토대로 황룡사 9층목탑이라는 신라 건축의 정수를 중심에 두고, 목수와 장인, 여왕과 신하, 그리고 민중의 삶과 이상을 웅장하게 직조했다. 소설을 통해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넘어서, 당시 신라인들이 어떤 꿈을 꾸었고, 어떤 신념으로 탑을 쌓았으며, 그 건축을 통해 어떤 미래를 열고자 했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소설은 월성의 잿더미 속에서 태어난 한 소년 비목랑으로부터 시작된다. 그의 아버지 순정은 신라 제일의 대목장이었지만, 사고로 세상을 떠나며 아들에게 “신라 제일의 목수가 되라”는 유언을 남긴다. 가난과 상처 속에서 자란 비목랑은 화랑 낭도로 성장하며 한 소녀 덕만을 만나게 된다. 훗날 여왕이 되는 덕만은 남성 중심 사회의 벽을 뚫고 왕권을 세워야 하는 운명을 지닌 인물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세월과 전쟁, 권력의 소용돌이를 넘어 신라의 미래를 건 황룡사 9층 목탑 건립으로 이어진다. 

 

‘서라벌’ 작가 권길상.  

나무를 다루는 사람의 시선으로 본 신라의 건축은 단단하면서도 따뜻하다. ‘서라벌’은 거대한 탑처럼 묵직하다. 그러나 그 무게는 돌의 무게가 아니라 인간 정신의 무게다. 덕만의 결단과 비목랑의 손끝이 만나 완성한 황룡사의 탑은 결국 신라의 영혼이자, 인간의 도전이 세운 예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소설의 중심에는 예술과 권력의 팽팽한 긴장 관계가 있다. 여왕 덕만은 국가의 위기 속에서 탑을 세워 백성을 하나로 모으려 하고, 비목랑은 그 탑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상은 귀족 세력의 반발, 백제와의 전쟁, 그리고 인간적 욕망의 벽에 부딪힌다. 작가는 이 갈등을 통해 ‘이상은 어떻게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화려한 수사보다 목재의 결을 만지는 듯한 섬세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특히 탑을 세우는 장면에서는 실제 목수의 호흡과 손놀림이 느껴질 만큼 구체적이다. 소설은 단순한 역사 재현에 머무르지 않는다. 황룡사 9층 목탑과 첨성대, 영묘사와 분황사에 이르기까지, 신라인들이 건축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이상과 철학, 그리고 여왕 선덕의 정치적 신념을 생생한 인물 드라마와 결합해 보여준다.

 

서라벌 권길상/쇼팽의 서재/2만900원

권 작가는 “황룡사가 현존했다면 세계 최대의 본당과 81m 높이의 9층 목탑을 자랑했을 것이다. 본당의 재건은 차치하고, 몽골 침입으로 본체는 불타 사라졌으나 9층 탑은 주춧돌 65개가 또렷이 남아 있다. 목수인 저의 눈에는 그것을 다시 세우지 못할 까닭이 없다. 최근 APEC의 성공적 개최한 경주가 자랑할 수 있는 자산이 전통 건축물이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소설로나마 황룡사 9층 목탑을 재건하여 서라벌 전체를 부활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과 미국을 거쳐 일본 목수가 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장에서 쌓은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내 손으로 짓는 내 집’,  ‘전원주택 데크 만들기’,  ‘전원주택 계약의 모든 것’ 등을 펴냈다. 2024년에는 계간『인간과 문학』에 단편소설  <무뎌진 대팻날〉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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