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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장사 접고 '두릅' 농부 시작한 이유 [귀농귀촌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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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1 10:23:26 수정 : 2025-11-01 10:23:25
무안=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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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 장동균 대표

그는 초기 투자 비용과 노동일수가 적다는 점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또 수입 작물이 아닌데다 전국 동시 수확이 불가능해 가격의 변동성이 적은 것도 그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2년 전 귀농한 전남 무안군 ‘무안명품농원’ 장동균 대표(44)가 귀농 작물로 두릅을 고른 이유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10월 30일 만난 장 대표는 내년 두릅 재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지금부터 내년 농사를 준비해야 해요” 그는 산 아래에 있는 두릅밭이 올해 계속된 폭우로 물이 잘 빠지지 않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두릅을 손으로 가르키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밭 고랑이 너무 길어 배수가 잘 되지 않은 문제점을 파악했다. 때문에 장 대표는 내년에 밭 중간 중간에 큰 배수로를 만들 계획이다.

 

장 대표는 광주에서 10년간 타이어 가게를 운영했다. 타이어 가게는 갈수록 매출이 쑥쑥 올라 공간이 비좁았다. 그래서 규모를 확장했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규모가 커지자 지출 비용도 크게 늘면서 빚이 늘어났다. 영업 전략을 바꾸고 씀씀이를 줄이면서 빚을 갚아나갔다. 얼마 후 빚은 다 갚았지만 손에 쥔 것은 거의 없었다.

 

그는 2024년 귀농을 결심했다. 장 대표는 광주에서 타이어 가게를 운영해 목돈을 모아서 나이 50이 되면 귀농을 하려고 마음 먹었다. 일흔이 넘은 어머니가 당뇨로 병원을 오가야 하고 농사를 거의 짓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귀농해 부모와 함께 살면서 어머니를 보살피고 부모 대신 농사를 짓고 싶었다.

 

타이어 가게의 매출 하락으로 그의 귀농이 6년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귀농을 결심하면서 그가 고민한 것은 결혼이었다. “귀농하면 결혼은 어렵지 않나요?” 장 대표는 광주에 살면서 결혼해 귀농하고 싶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타이어 가게를 하면서 주말을 이용해 8250㎡(2500평)에 두릅을 심었다. 타이어 가게와 두릅 농사를 병행한 것이다. 올해 8월 타이어 가게를 정리하고 본격적인 두릅농사에 뛰어들었다. 두릅 재배 면적도 2만6400㎡(8000평)으로 늘렸다. 내년에는 4만2900㎡(1만 3000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 대표가 귀농 작물로 두릅을 선택한 것은 10년 전이다. “전북 순창에 사는 지인이 두릅을 재배했는데, 그 때 두릅의 좋은 점을 알았어요” 그는 귀농하면 두릅을 재배하겠다고 결심했다.  

 

장 대표가 귀농한 무안군은 양파와 마늘, 양배추 주산지다. 이들 작물은 중국과 대만에서 들어오는 수입물량에 가격이 해마다 출렁인다. 또 전국 모든 농가에서 이들 작물을 재배하고 연작 피해, 저장성의 한계로 큰 소득을 올리지 못한다.

 

농사를 짓는 부모 밑에서 이런 점을 경험한 그는 귀농하면 새로운 작물을 재배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순창 지인을 만나 두릅의 장점을 보고 귀농 작물로 점 찍어 놓은 것이다.

 

최근 5년간 전국 농산물 도매시장의 경매 낙찰가를 분석한 결과 두릅 가격 변동은 거의 없었다. 또 전남 지역은 따뜻한 기후로 다른 지역보다 일찍 수확이 가능해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두릅 재배의 큰 장점은 재배자에게 유리한 유통구조다. 농산물 중개 도매업자를 거치지 않고 바로 경매시장으로 직접 출하하거나 소비자와 직거래를 할 수 있다.

 

두릅의 소득은 얼마나 될까? 장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 두 번의 수확을 했다. 그는 3월말쯤 수확한 두릅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보내 1㎏당 3만∼4만원을 받았다. 출하 시기 조정이 가능한 촉성재배로 2월쯤 생산할 경우 1㎏당 6만∼7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재배 초기인 올해만 20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장 대표의 두릅 소득 목표는 연매출 3억원가량이다. 그는 지난해 독학으로 성공한 촉성재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재배한 두릅의 목대로 촉성재배를 할 계획이다. “원순만 촉성재배하는 시험재배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어요” 그는 촉성재배와 봄과 여름에도 수확하는 품종을 개발해 4계절 내내 두릅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국에서 두릅이 많이 나오지 않는 시기에 두릅을 수확해 높은 가격을 받는 재배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장 대표는 ‘두릅 박사’로 통한다. 조경업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나무의 특성과 재배 방법을 경험으로 터득해 두릅 재배의 밑천을 가지고 있다. “두릅도 나무예요. 두릅 나무의 특성을 잘 알아야 돼요” 그는 이날도 농장을 찾은 예비 귀농인 윤모씨에게 종근 고르는 방법과 식재, 풀 제거, 수확 방법 등을 설명했다. 윤씨처럼 올해만 500여명이 장 대표의 농장을 방문했다. 두릅을 재배하려는 예비 귀농인들의 주된 질문은 소득이라고 한다. 얼마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지가 예비 두릅 농사꾼의 최대 관심거리다. 그는 3.3㎡당 1만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두릅 재배 초보 농사꾼에게 장 대표는 배수로를 강조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굴삭기를 이용해 물이 두둑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깊고 넓게 고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각종 매체와 인터넷은 물론 현장 방문을 통해 고사된 두릅과 수확량 등을 비교, 분석하고 실증하면서 자신만만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그는 자신의 재배 노하우를 두릅 조합의 조합원들과 함께 나누면서 더 좋은 재배 방법을 찾고 있다.

 

장 대표는 두릅재배의 성패가 기후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재배 방법이 좋아도 동해 등 이상기후가 나타나면 한해 농사를 망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상기후를 이겨낼 수 있는 품종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그는 지역마다 다른 기후와 토양에 알맞는 품종 개발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구했다. 

 

장 대표는 귀농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대출을 꼽았다. 귀농 후 곧바로 대출을 받아 수천만원씩하는 농기계를 구입하거나 시설에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떤 작물이든 곧바로 수익을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처음부터 과도한 대출로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귀농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귀농 대출은 이자가 저렴하지만 결국 갚아야 하는 빚이죠” 이런 대출에 현혹되지 말고 수익이 언제부터 나오는지 그 시점에 맞춰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장 대표는 조언했다.

 

예비 귀농인은 시행 착오를 거쳐야 한다는 게 장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어떤 작물을 키울지 선택한 후 경작지를 확보하고 삶의 터전을 마련할 것을 예비 귀농인에게 당부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3년 정도의 농사를 지어보는 게 필요해요” 이 기간에는 소규모로 작물을 재배하면서 어떤 점이 문제가 되는지 소득은 되는 지 등을 꼼꼼히 영농일지에 기록해 보라는 의미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귀농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노력하고 연구하고 실천하는 것이죠” 장 대표가 말하는 귀농 성공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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