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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 결제는 누가?…“이재용 어린애” 젠슨황 농담에 李 “젊고 거만하죠” 응수

입력 : 2025-10-31 09:00:00 수정 : 2025-10-31 09:21:44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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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깐부치킨서 ‘치맥 회동’…엔비디아 행사 참석까지
“굉장히 큰 발표 있을것”…APEC 서밋서 협력안 나올듯

“오늘 내가 다 살게요. 많이 드세요.”(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차는 제가 살게요.”(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깐부’ 순간을 과시했다. 두 총수는 황 CEO와 ‘소맥 러브샷’을 나누거나, 황 CEO를 “우리 젠슨” “형님”이라 부르며 친밀감을 내보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오른쪽)가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치맥회동을 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러브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재계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오후 7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 회장이 식당으로 들어와 황 CEO를 세게 껴안으며 “웰컴 백(Welcom Back)”이라고 그를 반겼다. 정 회장도 들어온 뒤 셋은 치킨·생맥주와 함께 70여분 간의 ‘만찬 회동’을 즐겼다.

 

이 회장은 “밖에 나가서 치맥을 한 지가 10년 정도 된 것 같다”며 “주로 집에서만 먹었다”고 했다. 정 회장도 황 CEO에게 “이렇게 (이 회장과 함께) 치맥을 먹는 건 처음”이라며 “(젠슨 황) 덕분이다”며 웃었다. 셋은 정 회장의 제안에 ‘러브샷’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치킨집 안에 있는 시민들과 지속 소통했다. 황 CEO는 옆 테이블 손님들이 제조한 ‘소맥(소주+맥주)’를 마시며 “맥주보다 소맥이 훨씬 맛있다”며 감탄했다. 이 회장은 전체 손님들의 금액을 결제하는 ‘골든벨’도 울렸다.

 

이들은 이후 9시50분쯤 강남구 코엑스로 이동해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황 CEO의 제안으로 두 총수가 행사에 동행하면서 ‘깜짝 등장’이 성사됐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황 CEO를 ‘우리 젠슨’이라고 부르며 대(代)를 이은 친분을 과시했다. 그는 “우리 젠슨은 이 시대 최고의 혁신가이자 사업가, 존경하는 경영인이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며 “‘따뜻한 마음’(warm heart), 아주 정이 많은 친구”라고 소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재치 있는 입담도 돋보였다. 이 회장은 25년 전 엔비디아가 삼성 반도체의 GDDR을 탑재한 ‘지포스 256’을 출시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그때부터 양사의 협력 시작됐고, 젠슨과 저의 우정이 시작됐다”고 했다. 이에 황 CEO는 “내가 삼성 GDDR을 쓸 때, 너(이 회장)는 어린애였어 진짜야”라고 받아치자, 이 회장은 “젊고 거만하죠”라는 재치 있는 답변으로 응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황 CEO는 1996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일화를 소개하면서 “그게 내가 여기 한국에 온 이유”라고 세대를 걸친 우정을 과시했다.

 

정 회장도 황 CEO와 이 회장을 ‘형님’으로 부르며 친분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1970년생으로 1968년생인 이 회장보다 2살 어리며, 1963년생인 황 CEO와는 7살 터울이 있다. 정 회장은 행사의 메인이 ‘게이밍 생태계’임을 감안해 “제가 이래 보여도 여기서 막내다. 아들을 따라 롤을 해본 적도 있다”고 하며 게임 이력을 밝히기도 했다. 정 회장은 “미래에는 엔비디아 칩이 자동차, 로보틱스에 들어와 더 많이 협력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차에서 더 많은 게임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와 엔비디아의 협업 확대 의지도 내비쳤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오른쪽)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단상에 올라 있다. 연합뉴스

 

재계에선 이 회장과 정 회장의 이런 모습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두 총수는 평소 공개 발언이나 행동을 극도로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전날만큼은 대중 앞에서 격의 없는 모습을 보이며 ‘세일즈맨’ 면모를 드러냈다는 평이다. 두 총수는 전날 정장이 아닌 흰색 티셔츠 차림에 회색 후드 재킷(정의선)과 검은색 재킷(이재용) 차림으로 등장하며 황 CEO와 드레스코드를 맞췄다.

 

이 같은 파격 행보는 인공지능(AI) 업계 ‘큰 손’인 엔비디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납품을 시도 중이고,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 등 미래차 전반에 걸쳐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확대 중이다.

 

황 CEO는 방한 이튿날인 이날 경주로 이동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특별세션에 연사로 나선다. 그는 이날 삼성전자, SK, 현대차,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에 AI칩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고 공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는 코엑스 무대에서 “내일 굉장히 큰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 중 밖으로 나와 시민들에게 치킨을 나눠주고 있다. 뉴시스

 

이 회장과 정 회장도 같은 날 경주로 복귀해 황 CEO와 ‘2차 회동’을 갖는다. 이 자리에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별도 면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날 이 회장과 정 회장, 황 CEO는 오후 11시쯤 지포스 행사를 마친 뒤 깐부치킨에 다시 찾아가 직원들과 치킨과 맥주를 즐기며 ‘뒤풀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직원들을 격려한 뒤 이날 오전 12시15분쯤 숙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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