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마을 주민 살해 혐의
원심선 각 무기징역·20년형
부녀 “수사관이 때리고 윽박”
청산가리 양 분석도 엉터리
檢 핵심 증거 모두 불인정
“억울해서 말이 안 나옵니다.”
28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재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백모(75)씨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백씨는 “조사받을 때마다 수사관이 뺨을 때렸다”며 검찰의 강압 수사를 토로했다. 백씨의 딸(41)도 “이렇게 수사해서는 안 된다. 윽박지른 것은 예사였다”며 검찰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광주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의영 고법판사)는 이날 살인 및 존속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백씨와 딸의 항소심 재심에서 피고인들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은 2009년 7월6일 전남 순천시의 한 마을에서 독극물인 청산가리가 섞인 줄 모르고 막걸리를 나눠 마신 주민 4명 중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건이다. 범인으로 지목된 백씨 부녀는 숨진 피해자 가운데 1명인 최모씨의 남편과 친딸이다.
검찰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던 백씨 부녀가 갈등 관계였던 아내이자 친모인 최씨를 살해했다고 봤다. 백씨 부녀는 1심에서 신빙성이 떨어지는 진술 등의 사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 유죄로 뒤집혔고 백씨 부녀에게는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의 중형이 내려졌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유죄 판결을 다시 따져보는 재심의 개시 결정은 사건 발생 15년 만인 지난해 9월 확정됐다.
재심에서 백씨 부녀가 무죄 판결을 받은 데는 검찰의 강압 수사의 영향이 컸다. 백씨 부녀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됐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백씨 딸은 막걸리를 구입해 옥상에 숨겨 놓았다고 진술했지만 검찰 수사관은 당시가 7월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옥상 그늘진 곳에 막걸리를 보관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백씨의 딸은 긍정하는 취지의 답변만을 했지만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을 자발적으로 한 것처럼 조서에 기재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실질적으로 진정한 진술의 성립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백씨가 검찰에서 작성한 진술조서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글을 잘 읽고 쓰지 못하는 백씨와 지능지수 74점 정도의 경계성 지능인인 딸이 검찰의 압박을 받으면서 조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작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막걸리에 들어 있는 청산가리 양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 검찰 주장은 엉터리로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에다 시안화 이온과 칼륨의 물질량을 대입해 볼 때, 피해자들이 마신 막걸리에는 29.63g 이상의 청산염이 투입됐다는 게 검찰 주장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백씨 딸이 두 스푼으로 청산염을 투입했다는 주장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경찰의 실험 결과와 백씨 딸이 진술한 청산염 투입 시점과 실제 청산염 투입 시점이 일치한다고 보지 않았다.
검찰이 주장하는 피고인들의 살인 동기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망한 백씨의 부인 최씨가 백씨 부녀의 성관계를 알지 못했다는 점과 백씨 부녀와 최씨의 관계가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하게 될 정도로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백씨 부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재심의 무죄 판결에 대해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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