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공인했다. 57년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된 사례는 한국이 처음이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5000달러를 넘어서는 ‘부자나라’로 인정받았지만, 삶의 질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청년 사이에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삼포 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 ‘헬조선’ 등 자조적 신조어가 난무했다. 막대한 국가부채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부양부담 등 기성세대의 잘못이 크다.
그나마 부모를 잘 만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우스갯소리 하나 하자. 부모를 책임져야 하는 인생과 그렇지 않은 인생은 ‘흙수저’와 ‘동수저’로 불린다. 부모가 나만이라도 책임질 수 있는 ‘은수저’는 그나마 다행이다. 부모가 내 자식까지 책임지는 ‘금수저’로 태어나면 만인의 부러움을 산다. 가난은 이제 미덕이 아닌 무능력의 상징이다. 심지어 ‘엄친아’라는 단어도 부정적 뉘앙스를 벗고 부모의 재력·배경을 업고 호감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웃픈(웃기면서 슬픈)’ 현실이다.
경제적 빈곤이 부모에서 자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일컫는 말이 ‘가난의 대물림’이다. ‘부익부 빈익빈’ ‘빈곤의 악순환’ 역시 ‘돈’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밥그릇은 타고난다’는 말처럼 수저 색깔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통계가 나왔다. 국가데이터처의 ‘2023년 소득이동통계’에서 소득분위(1∼5분위)가 전년보다 한 계단 이상 상승한 사람은 소득 있는 15세 이상 인구의 17.3%에 그쳤다. 소득 계층이 상승한 국민이 5명 중 1명도 안 된다는 얘기다.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17∼2018년 이후 최저다. 무엇보다 저소득층 70%와 상위층 86%가 1년간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계층 상승 사다리가 끊기고 가난의 대물림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비정규직이 급증하며 소득 격차가 빠르게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 확대와 경기둔화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진 게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건 옛말이다. 재력이 벌써 권력·계급이 되는 사회가 도래한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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