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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일개 州총리가 美 대통령과 맞장… “결코 안 밀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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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8 10:06:43 수정 : 2025-10-28 10:06:42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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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만들 것”이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엄포로 악화한 미국·캐나다 관계가 호전되는가 했더니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캐나다 연방정부도 아니고 일개 주정부를 이끄는 지도자가 트럼프를 때리고 나섰기 때문이다. 격분한 트럼프가 “캐나다와 당분간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간 무역 협상 재개 가능성을 일축한 가운데 캐나다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일각에선 캐나다 팀과 미국 팀이 맞붙어 마치 국가 대항전처럼 변질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가 모종의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더그 포드 캐나다 온타리오주(州) 총리가 27일(현지시간) 토론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단상의 테이블에 ‘온타리오를 (미국의 관세 공격으로부터) 지켜내자’라는 구호가 적혀 있다. A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더그 포드 주총리는 최근 온타리오 주정부의 후원으로 방영된 TV 광고 때문에 트럼프가 분노를 터뜨린 것을 두고 “우리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말로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이 광고는 캐나다를 비롯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관세 부과를 비난하는 메시지가 핵심이다. 해당 영상이 영국, 인도에서도 화제가 되며 무려 10억뷰를 기록한 점을 언급한 포드는 “북미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광고”라고 자평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캐나다)를 공격하고 싶어 하지만, 나는 결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화가 난 트럼프는 캐나다와 진행 중이던 무역 협상의 전면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도 모자라 캐나다에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는 보복 조치까지 꺼내들었다.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에는 트럼프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나, 트럼프는 캐나다에 대한 분노의 표시로 에이펙 기간 카니와 따로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카니 총리와 아주 오랫동안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에 앞서 잠시 상념에 잠겨 있다. 트럼프 왼쪽으로 공화당의 대선배 정치인이자 그가 무척 존경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온타리오주의 TV 광고가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처럼 트럼프의 폭발로 이어진 것일까. 해당 광고는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1981∼1989년 재임)이 1987년 라디오 연설에서 “관세는 모든 미국인에게 해를 끼칠 뿐(hurt every American)”이라고 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레이건은 공화당의 대선배이자 트럼프가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다. 오죽하면 트럼프는 취임 후 백악관 집무실 벽에 레이건의 큼직한 초상화를 걸어 놓았을 정도다. 트럼프는 문제의 광고가 레이건이 행한 연설의 전체 맥락은 무시한 채 앞뒤를 자르고 딱 한 문장만 인용함으로써 심각한 왜곡을 저질렀다며 이를 “사기”(fraudulent)로 규정했다.

 

올해 초 미국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며 미국·캐나다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트럼프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Governor)라고 각각 부르며 조롱을 가하자 캐나다 국민 사이에 반미(反美) 감정이 고조됐다. 하지만 캐나다 정부가 절제된 대응으로 일관하고 트럼프도 발언 수위를 조절하면서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지난 7일 백악관에서 만난 트럼프와 카니는 정상회담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자연히 미국·캐나다 간에 관세율 재조정 등을 포함한 무역 협정 체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미국·캐나다 접경 지역에 나란히 게양된 두 나라 국기가 나부끼고 있다. 올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는 유일한 캐나다 팀이자 온타리오주 토론토에 연고지를 둔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맞붙으면서 캐나다 대 미국의 국가 대항전처럼 변질했다. AFP연합뉴스

카니는 캐나다 연방정부도 아니고 일개 주정부가 취한 행동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지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는 “미국과 함께 앉을 준비가 돼 있다”는 말로 협상 재개를 강력히 희망했다.

 

일각에선 온타리오주에 속한 토론토를 연고지로 한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MLB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점이 트럼프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MLB 구단들 가운데 유일한 캐나다 팀인 토론토가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7전 4선승제의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음에 따라 올해 시합은 ‘미국인들만의 안방 잔치’가 아니고 미국·캐나다 두 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국가 대항전처럼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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