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코스피, 사상 첫 4000선 돌파
27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의 새 역사를 썼다. 코스닥도 900포인트를 넘어서며 ‘박스피’ 터널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뉴욕증시 강세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무역 긴장 완화 등의 기대감이 맞물리며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8% 오른 3999.79에 개장한 뒤 사상 최고치인 4042.83으로 장을 마쳤다. 전 거래일인 24일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3941.59)와 장중 사상 최고치(3951.07)를 동시에 갈아치운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오천피’ 로드맵에 따라 밸류업과 지배구조 개선, 세제 합리화 등 패키지가 추진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완화 기대가 커지며 투자 심리가 살아났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며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이런 대내외적인 요인에 힘입어 코스피는 올해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 유일하게 60%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25.9%), 홍콩 항셍지수(30.41%), 영국 FTSE 100(18.02%), 독일 DAX(21.75) 지수를 압도했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한 미국 S&P500(15.47%)이나 미국 나스닥(20.17%)은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저조했다. 코스피가 글로벌 주가 상승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한국증시의 재평가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주가 이끈 전인미답 불장
이날 코스피 상승세를 이끈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대형주 및 조선 대형주였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는 개장과 함께 전장 대비 2.53% 오른 10만1300원으로 장을 연 뒤 3.24% 오른 10만2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사상 처음으로 ‘십만전자’를 달성했다. 이로써 시가총액은 603조원을 넘어섰다.
또 다른 반도체 대형주 SK하이닉스는 장중 53만7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뒤 전 거래일 대비 4.90% 오른 53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시총은 389조원을 넘기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 시총이 1000조원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내 조선소 방문 가능성이 제기되며 조선 3사(삼성중공업·17.34%, HD현대중공업·5.05%, 한화오션·3.33%)도 큰 폭으로 뛰었다.
수급주체별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471억원, 2342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상승을 견인했고, 개인은 각각 796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날 코스닥도 1년7개월 만에 900선을 돌파했다. 알테오젠(6.22%), 에코프로비엠(2.20%), 에코프로(6.23%), 펩트론(3.30%) 등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와 이차전지 주가 상승 흐름을 이끌었다
◆대형주 쏠림 현상은 숙제
코스피 상승장은 대부분의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대형주에 몰리면서 ‘대형주 쏠림 현상’이란 숙제를 남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24일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7일 1058조4000억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코스피 전체 시총(3325조8936억원)에서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31.8%에 달한다. 10월 일평균 거래대금(4조5990억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28% 수준인 것으로 기록됐다.
미래에셋증권에 내놓은 코스피 지수 상승기여도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SK하이닉스(25.7%), 삼성전자(15.26%), LG에너지솔루션(11.67%) 세 종목의 합이 52.63%로 절반이 넘는다. 현재 코스피 상장 종목 수가 844개라는 것을 고려하면 특정 종목 쏠림 현상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지수 상승과 함께 대형주에 몰렸던 자금이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돼야 하지만, 현재 코스피의 일부 대형주 쏠림 현상으로 코스닥 및 코넥스 기업에는 훈풍이 미치지 않고 있다. 기업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하는 코넥스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9억1000만원 수준으로 올해 1분기 19억4000만원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조정 가능성·변동성 경계해야”
시장의 관심은 이재명정부가 공약한 ‘오천피’로 모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 여지는 인정하면서도 4000선 이후의 조정 가능성과 변동성 확대를 경계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코스피 상승은 반도체 사이클이 굉장히 좋은 호황 국면이라 그 흐름에 편승해 올라탄 것 영향이 크다”며 “4000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극복할 만한 좋은 뉴스가 많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남아 있고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기업의 수익성도 좋지 않다”며 “추가 상승을 위해선 기업 활력이 펀더멘털(기초체력)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전 세계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린 데다 상법 개정 등 제도 변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부 완화됐다”면서 “유동성 장세만으로는 상승 체력에 한계가 있고 잠재성장률 하락과 실질성장률 0%대 국면에서는 코스피 상승력이 제한되므로, 근본적인 경제 기초체력을 빌드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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