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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소득 800만원, 재도전의 기준?”…수능보다 어려운 건 부모의 ‘통장 잔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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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4 05:00:00 수정 : 2025-10-24 05:21:49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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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수는 돈이 만든 기회?”…재도전의 문턱, 부모 지갑이 가른다
월소득 800만원 이상 가정, N수생 최다…의대·약대 절반 ‘N수 출신’

“교육 격차, 이제는 ‘재도전 격차’로 번지네요.”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N수생(재수 이상 수험생) 가운데 가정 월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의대 신입생 49.1%, 약대 신입생 54.3%가 ‘N수생’ 출신이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

N수생 대부분이 고소득층 가정 출신이며, 그들의 학습 비용 대부분이 부모의 지원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한 경쟁’으로 불리는 입시의 이면에서 경제력이 N수의 성패를 좌우하는 구조적 불평등이 드러난 셈이다.

 

◆“N수는 여유 있는 집안의 선택”…월소득 800만원 이상 23.4%

 

24일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N수생 사교육비 조사 모델 개발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7개 일반대학에 입학한 N수생 1753명 중 가정의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23.4%로 가장 많았다.

 

이 구간은 조사에서 제시된 가장 높은 소득 단계였다. 이어 △500만~600만원(8.6%) △300만~400만원(7.6%) △400만~500만원(7.1%)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364만원, 통계청 기준)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N수생의 사교육비 또한 대부분 부모의 부담이었다. 응답자의 74.6%가 “보호자가 90% 이상 부담했다”고 답했다.

 

“본인이 일부 부담했다”는 응답 중에서도 10% 미만 부담이 78.5%에 달했다.

 

결국 ‘부모의 경제력’이 N수의 기회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된 것이다.

 

◆“재도전했지만 또 실패”…68%는 희망 대학 불합격

 

높은 경제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냉정했다.

 

응답자의 68.1%가 ‘희망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희망 전공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47.9%에 달했다.

 

이듬해 다시 N수를 준비 중인 학생도 23.4%나 됐다. 이들은 주로 정시(68.8%) 중심으로 재도전을 택했다. 계열별로는 자연계열(29.4%), 예체능(25.4%), 공학(25.3%) 순이었다.

 

의약학계열은 12.3%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흥미롭게도 의대 신입생의 49.1%, 약대 신입생의 54.3%가 ‘N수생’ 출신이었다.

 

사실상 상위권 학과의 ‘입시 재도전’이 일반화된 현상임을 보여준다.

 

◆사교육비 90% 이상 부모 부담, ‘경제력=기회’ 공식 뚜렷

 

사교육 전문가는 “N수생의 경제적 배경이 대학 진학의 성패를 가른다는 점은 교육의 공공성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증거”라며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공교육 내에서 재도전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입시 재도전이 사실상 ‘부모의 지갑 크기’에 달려 있다는 현실은 교육의 형평성을 훼손한다”며 “정부 차원의 소득 구간별 맞춤형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육은 더 이상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공교육과 사교육의 격차는 사회적 이동성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N수 현상은 단순한 입시 경쟁이 아닌 중산층 이상 가정이 교육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재생산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고소득층 자녀의 재도전 기회가 많다는 것은 기회의 불평등이 이미 입시단계에서 고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청년 세대는 N수를 통해 도전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평등의 사다리를 다시 확인하는 악순환에 갇히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이 곧 심리적 안전망으로 작동하는 반면 지원 여력이 적은 학생일수록 불안감이 훨씬 크다. 게티이미지

또 다른 전문가는 “최근 의대·약대 등 상위권 학과에서는 재수 이상의 경험이 사실상 기본 스펙이 되고 있다”며 “결국 경제력이 있는 가정일수록 이 긴 싸움에서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시 중심으로 재도전하는 비율이 압도적인 것은 여전히 수능 중심의 서열 구조가 굳건하다는 뜻”이라며 “입시 구조 자체의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EBS 외 유료 인강·학원 중심의 학습 패턴은 사교육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공 온라인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입시 재도전은 결국 경제력 싸움…“교육의 복지화” 목소리 커져

 

교육비 지출은 가계 소비 중에서도 가장 비탄력적인 영역이다.

 

N수생 가정의 월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월소득 800만원 이상 가정이 N수생의 주류를 이룬다는 것은 교육이 이미 ‘투자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교육비 부담이 커질수록 저소득층 가구의 교육 격차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장기적으로 세대 간 불평등을 고착화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N수생들은 단순한 공부 스트레스뿐 아니라 ‘경제적 지원에 대한 죄책감’과 ‘성취 압박감’에 시달린다”며 “부모의 경제력이 곧 심리적 안전망으로 작동하는 반면 지원 여력이 적은 학생일수록 불안감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도전을 반복할수록 자기효능감이 낮아지고, 실패 책임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재도전은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여유의 문제다.”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는 입시제도 속에서도, 부모의 지갑이 자녀의 도전 횟수를 결정하는 현실은 한국 교육의 새로운 불평등 지형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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