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등 엿새 만에 美서 추가 회동
“남아 있는 쟁점 논의… 아주 많진 않아
협상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냐” 신중
트럼프, 자금 공급기간 확대 동의 관건
구윤철 “통화스와프보다 투자방식 중요”
美·中 대치 국면도 막바지 협상에 영향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전 무역 합의를 최종 도출하기 위해 한·미 실무 장관이 사실상의 마지막 대면 협의를 진행했다. 지난 7월 큰 틀에서 이룬 무역 합의 중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달러(약 500조원)의 구성 방안, 납입 기한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만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일부 진전… 끝날 때까지 끝난 것 아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약 2시간 동안 만났다. 이들이 다시 만난 것은 엿새 만이다.
김 실장은 러트닉 장관을 만난 뒤 기자들을 만나 “남아 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며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잔여 쟁점이 한두 가지라면서 “아주 많지는 않다”고 한 뒤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이 막바지 단계라고 보면 되느냐는 질문에는 “막바지 단계는 아니고, 협상이라는 건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라며 신중을 기했다.
다만 고위당국자들 간에는 논의가 일단락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실장은 러트닉 장관과 곧 다시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만나기는 어렵다. (더 얘기할 게 있으면) 화상으로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고위당국자들 간의 대면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것은 결국 남아 있는 핵심 쟁점이 양국 정상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결정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에이펙을 전후해 정상 간의 만남을 통해 최종 무역 합의 성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은 이날 바로 워싱턴을 떠나 경유지인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들러 귀국길에 올랐다.
이날 고위당국자들 간에는 핵심 쟁점인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 방안과 관련해 투자의 현금 비율, 자금 공급 기간, 투자처 선정에 한국의 목소리 반영 등 그간 거론된 양국의 이견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이 일주일도 안 돼 다시 러트닉 장관을 만난 만큼 앞선 논의의 성과를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최종안을 들고 워싱턴에 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긴 납입 기간 동의할까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공개된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한국은 직접투자·대출·보증이 혼합된 균형 잡힌 투자의 구성을 관철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그간 투자 총액을 줄이지 않더라도 자금 공급의 기간을 늘리면 충격을 제어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날 김 실장이 언급한 ‘일부 진전’은 자금 공급 기간을 늘리는 것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
전체 현금 투자 비중과 이후 분할 투자 기간 설정이 쟁점으로 알려졌다. 달러를 투자하더라도 우리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최저선인 150억달러 수준이며, 한국이 매년 250억달러씩 8년간 2000억달러 대미 투자를 하고 나머지 1500억달러는 신용보증으로 돌리는 방안도 논의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개별 주제, 아이템에 대해 어떤 말도 (외부에) 한 적 없다”며 “대전제는 대한민국 경제에 충격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장기 분할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동의를 해야 협상이 타결될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이후로 납입 기간을 늘리는 것에 동의할지가 최종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거론된 통화스와프는 핵심 쟁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구 부총리는 인터뷰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한국 외환시장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처럼 선불로 3500억달러를 투자할 경우 한국이 받을 외환시장의 충격에 대해 베선트 장관을 비롯해 미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환시장 충격 완화를 위한) 통화스와프가 필요할지,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전적으로 어떻게 투자가 구성될지에 달렸다”면서 “아예 필요 없을 수도 있고, 소규모로 체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미 간의 막바지 협상에는 현재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미국의 대중국 100% 관세 인상 카드로 맞서고 있는 미·중의 대치 국면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중국과의 운명을 건 회담을 앞두고 동맹국인 한국과 최종 합의가 늦어지는 것은 좋은 모양새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한화오션을 제재하는 등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미·중 대치 국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협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이펙에서 무역협상이 최종 타결될 경우 이미 8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 의견 접근을 본 한국의 국방비 증액 및 동맹 현대화 방안, 원자력 협력 강화 방안 등 안보 및 경제 관련 다른 합의 사항들도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무역협상 타결이 미뤄질 경우 다른 합의 사항들의 발표도 함께 미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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