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관리 등을 위한 경찰 경비경력 집중 배치로 이태원 일대에는 경비경력이 미배치됐었다는 정부 합동감사 결과가 나왔다. 용산구청은 구청장을 비롯한 재난관리 주요 책임자들의 리더십 부재로 재난대응 체제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태스크포스(TF)는 23일 이같은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감사를 통해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인근 집회관리를 위한 경비수요 증가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이태원 일대에는 참사 당일 경비인력이 전혀 배치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음이 밝혀졌다”고 했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지난 7월23일부터 합동감사 TF를 운영해 경찰청,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및 서울시청·용산구청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참사 발생 징후에도…부적절 처리
TF에 따르면 용산서는 2020∼2021년 수립했던 핼러윈 데이 대비 ‘이태원 인파관리 경비계획’을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2022년에는 수립하지 않았다. TF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용산서 경비수요가 대폭 증가했고, 서울경찰청과 용산서 지휘부는 대통령실 인근 경비에 우선순위를 두고 경비인력을 운용했다”고 전했다.
2022년 5월1일부터 같은 해 10월30일 내 용산서 관내 집회·시위는 921건으로, 전년 동기(34건)보다 900건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참사 당일에도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 일대 집회·시위 현장에 경비인력이 집중 배치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태원 일대에는 경비인력이 미배치됐다는 게 TF의 설명이다.
압사 위험을 알리는 다수의 112 신고 등 참사 발생 징후가 있었으나 이를 간과하거나 부적절하게 처리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태원파출소는 참사 발생(오후 10시15분) 전인 오후 6시34분∼10시12분 사이 압사 위험 신고 11건에 대해 현장 출동 명령을 받았지만 단 1회만 현장 출동했다. 시스템에는 출동 후 조치한 것처럼 허위 입력했다.
TF는 “용산서장, 서울경찰청장 등 주요 책임자들의 상황 인지 지연 및 신속한 현장 지휘 실패 등으로 참사 적시 대응에 차질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특별감찰을 실시했는데,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용산서장 등 8명을 수사의뢰한 것 외에는 공식적인 감찰활동보고서를 남기지 않고 활동을 종료했다. 또 특감팀과 후속조치를 추진해야 할 감찰담당관실 간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참사에 책임 있는 공직자가 징계 없이 정년퇴직하는 결과가 초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청, 리더십 부재로 신속 대응 실패”
용산구청에 대한 감사 결과, 참사 당일 구청의 재난발생 초동 보고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TF는 “당일 상황실(당직실) 근무자 5명 중 2명(재난관리담당자 1명 포함)은 참사가 발생한 시점에 구청장이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전쟁기념관 인근 담벼락 전단지 제거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상황실 내근자는 서울종합방재센터로부터 압사 사고 관련 전화를 오후 10시29분쯤 수신하고도 방치했다. 행정안전부의 사고 전파 메시지를 수신(오후 10시53분쯤)하고 난 뒤에야 오후 11시21분쯤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 상황보고를 했지만, 구청장 등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구청장은 오후 10시51분쯤 상인회를 통해 상황을 인지, 오후 10시59분쯤 현장에 도착했으나 이후 2시간 동안 주요 결정을 하지 않았다. 구청장은 이튿날 오전 1시에야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했다. TF는 “용산구청의 경우 참사 직후 리더십 부재로 재난안전대책본부, 통합지원본부 등 재난대응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며 “사고 수습을 위한 초기대응체계 신속 구축에 실패했다”고 했다.
서울시청은 용산구가 2023년 5월9일 징계 요구한 재난대응 책임자에 대해 공식 절차 없이 내부 보고만으로 징계 보류를 결정했고, 결국 해당 책임자는 징계 없이 정년퇴직했다. 또 용산구청은 경찰 수사 결과 직무상 비위가 확인된 7명에 대해 행정처분을 요청받았음에도 감사일 당시까지 징계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참사 대응 및 후속조치 과정에서 비위가 확인된 공직자 62명(경찰 51명, 서울시청·용산구청 11명)에 대해 징계 등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다만 책임이 확인된 대상자 중 이미 퇴직했거나 징계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이번 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 관계자는 “유가족분들과 국민들의 의혹 해소 등 측면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