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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모자 대체 뭐야?” 전세계 난리인데…“한국에 ‘진짜’ 사라져가” [한끗차人]

입력 : 2025-10-25 07:00:00 수정 : 2025-10-24 17:34:05
광명=글·사진 윤성연·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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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일’ 가계 전승하는 박형박 이수자 인터뷰
“1만원 ‘가짜’ 갓과 달라…한달 넘게 수작업”
“명맥 끊길 위험…한국갓 고급화 전략 필요”
‘한끗차人’은 화제의 인물을 만나는 인터뷰 연재입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별의별 분야의 별의별 사람들을 조명하며 그가 왜 주목받는지 만나러 갑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특별함을 만드는 건 언제나 ‘한 끗 차이’. 그 차이를 솔직한 대화로 털어드립니다. <편집자주>
갓과 한복을 착용한 배우 박보검.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한국인에게 익숙한 ‘갓’이 외국인에게 특이해 보이는 것은 비단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19세기 미국인 퍼시벌 로웰이 3개월간 조선에 머물며 쓴 저서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는 “조선의 모자에 대해 책 한 권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이 모자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부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까지. K-콘텐츠 확산으로 갓에 대한 해외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갓을 만드는 ‘갓일’ 보유자는 국내에 4명뿐이다. 이마저도 평균 연령 83세로 고령이라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갓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5대째 가계 전승을 이어가는 박형박 이수자는 ‘진짜’ 갓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버지인 박창영 국가무형유산 갓일 보유자의 뜻을 이어가는 박 이수자를 지난 17일 경기 광명에서 만나봤다.

박형박 이수자가 공방에서 갓의 차양 부분인 양태를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 갓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렸을 때부터 봐와서 자연스러웠다. 의상학을 전공했는데 주변에서 ‘네가 이어야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아버지는 반대했다. 소위 ‘밥벌이’가 안 되는 일이니까. 특히 갓일은 다 직접 손으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몸이 고되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투잡을 고려하기도 했다.”

 

- 갓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나? 

“갓은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세밀하게 한다면 과정은 더 많아지기도 하는데 크게 보면 갓일은 총 세 분야로 구분된다. 우뚝 솟은 갓의 윗부분인 총모자를 만드는 ‘총모자장’, 얼굴을 가리는 차양 부분을 만드는 ‘양태장’, 그리고 총모자와 양태를 조립해서 갓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입자장’으로 나뉜다. 세 과정은 필요한 기술 등이 따르기 때문에 분업으로 행해진다. 저와 아버지는 입자장을 하고 있다.”

양태의 주재료가 되는 죽살. 머리카락보다 얇은 대나무실을 엮어서 만든다.

 

- 갓 제작 과정에서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양태의 완만한 곡선을 잡는 게 중요하다. ‘트집 잡는다’라고 표현하는데 대나무실로 엮은 양태를 양판에 올리고 인두로 지져서 곡선 형태를 완성한다. 이렇게 ‘매쉬감’이 있는 소재인데 완만한 형태가 잡혀있는 모자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리고 실의 일정한 간격으로 두는 것도 중요하다. 실을 0.1㎜ 정도로 촘촘하게 둘수록 갓의 품질이 올라간다. 그만큼 섬세하고 디테일한 기술이 요구된다.”  

 

- 갓 하나당 가격이 몇백만원에서 비싸면 수천만원까지 이르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초창기 갓은 양반 등 특정 계층만 착용할 수 있는 모자였다. 1930년대에서 실로 짠 사립 가격은 지금 돈으로 2000만~3000만원 정도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돈이 있는 사람들이 비싼 갓을 쓰고 돈이 없는 양반들은 포립(천을 씌워 만든 갓으로 하품에 속함)을 쓰기도 했다.

박 이수자의 갓 제작 공방 모습.

 

갓은 기본적으로 수작업이다. 그래서 포립은 만드는데 10일, 사립은 만드는데 한 달 가까이 걸린다. 지금도 수작업으로 한다. 공정에 기계가 들어갈 수가 없다. 화로로 데우던 인두를 전기로 데우는 정도만 바뀌었다. 앞서 말했듯 얇은 대나무실 등을 사람이 엮어서 형태를 만드는 게 갓이다. 그래야 갓의 빳빳한 형태가 나온다. 그게 갓의 핵심이다. 인터넷에 나오는 1만원대 갓은 나일론이나 매시 천을 이용해 만든 ‘가짜 갓’이다.”

 

- K문화가 확산하면서 한복은 일상에서도 가능한 방향으로 변화 중이다. 갓도 전통성은 유지하되 변주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나일론 갓 등을 쓰는 게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갓은 양태의 완만한 곡선과 직선이 핵심인데 천은 늘어나기 때문에 갓의 형태미를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칵테일 갓(머리핀처럼 쓸 수 있는 작은 크기의 갓)을 만들었다. 주재료인 대나무실로 하면 비용과 시간 등이 많이 드니 모시를 활용해 만들었다. 그런데도 하루에 10개 정도 밖에 못 만든다.”

양태의 곡선을 확인하는 박 이수자.

 

- 왜 갓의 명맥을 이어가야 할까.

“갓은 다른 종목보다 전통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단발령으로 상투가 잘려도 갓은 계속 유지됐다. 그런 게 ‘민족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아버지가 존경스럽다. 돈벌이가 안 돼서 그만두시는 장인들이 많았는데 말이다. 가계 전승이 된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지난해 미켈란재단이 주관하는 국제 공예 비엔날레에서 박창영 보유자와 함께 기자들 투표에서 선정되는 성과도 냈다. 현재 고등학생인 첫째 딸도 이제 가업을 이을 예정이다.”

 

-  박 이수자의 ‘한 끗 차이’는 뭔가.

“갓을 통으로 된 천을 잘라 바느질해서 만든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갓일은 직조의 예술이다. 꼿꼿한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재료를 한 올 한 올 엮어서 완성한다. ‘진짜 갓’을 만들겠다는 자부심이 내겐 있다. ‘가짜 갓’은 오히려 갓의 의미를 평가절하한다. 고가여도 명품을 사용하는 것처럼 갓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전통을 고수한다는 게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현대에서) 갓이 더 발전되기 위해서는 공예품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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