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과 우격다짐으로 국정 이끌어
오만과 아집서 벗어나지 못하면
과거 두 차례 실패 또 되풀이할 것
나라가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 때문이다. 탄핵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설 때 나라가 어느 정도 어수선할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내란 청산’ 작업이 벌어질 테고 이에 따른 반발도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러나 지금의 이 요란한 소음을 만들어 내는 건 특검도, 국민의힘도 아니다. 특검이 별건 수사로 논란을 빚고 헛발질도 하지만 나라를 소란스럽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자기들 간사도 맘대로 선임하지 못할 정도로 보잘것없고 무기력하다.
어수선한 소동의 진앙은 민주당이다. 최대 역점 과제인 사법개혁부터 나라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을 장악할 수 있는 대법관 대폭 증원과 이재명 대통령 재판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받는 4심제를 강행하고 있다. 지라시성 정보를 근거로 대법원장 청문회를 밀어붙이고 탄핵 카드로 으름장을 놓았다. 대선을 앞두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합당한 절차와 방법은 무시하고 있다.
다른 국정 역시 우격다짐의 연속이다. 이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합의한 정신을 민주당 대표가 무시하더니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을 곧바로 파기해 버렸다. 이진숙 한 사람을 축출하기 위해 정부조직인 방송통신위원회를 없앴다. 서울 아파트 공급 대책은 빠진 채 초강력 부동산 수요억제책을 시장에 던져놓았다. 그러고는 집권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수억, 수십억 빚 내서 집을 사게 하는 게 맞냐”고 국민 울화를 돋운다.
국정감사가 최악의 전쟁터가 된 것도 민주당 책임이 크다.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 현장 국감이라며 대법정과 대법관 집무실 등을 돌아다녔고, 일부 의원은 이를 쇼츠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법사위의 친여 무소속 의원은 대법원 국감 때 조희대 대법원장 앞에서 ‘조요토미 희대요시’라는 문구와 민망한 합성사진을 들어 올렸다. 민주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의 딸은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에서 결혼식을 했다. 논란이 되자 최 의원은 “매일 양자역학을 공부했다. 집안일이나 딸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는 해명을 내놨다.
민주당은 과거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시절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장악했으나 결국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그 두 차례의 쓰라린 경험에서도 아무 교훈을 얻지 못한 듯하다. 2004년 총선에서 노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152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입법’을 추진한다. 한나라당의 격렬한 저항에 여권 내부 분열까지 겹쳐 4대 개혁입법은 흐지부지됐다. 열린우리당은 국정 동력을 상실했고 노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졌다. 결국 대선에서 530만표 차이로 정권을 넘겨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집권한 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180석의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목표로 하는 검찰 개혁에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 그러나 국민 의견 수렴은 부족했고, 야당과도 타협하지 않았다. 결국 문 대통령이 임명했으나 국민의힘과 손잡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권을 내줬다.
아일랜드의 심리학자 이안 로버트슨의 저서 ‘승자의 뇌’에 따르면 권력은 뇌 속 화학적 상태를 바꿔 놓는다. 권력을 쥐게 되면 뇌 속에 공격적 성향을 담당하는 테스토스테론, 쾌락·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증가한다. 다시 말하면 오만과 아집에 빠진다는 말이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도 “권력은 선거에서 이룬 승리를 오만과 독선의 면죄부로 활용한다”(‘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권력은 끊임없이 자기 절제와 겸손을 요구받으며, 외부의 견제와 감시도 필요로 한다.
요즘 민주당의 행보는 폭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궤에서 벗어나 있다. 오죽하면 우상호 대통령 정무수석이 정색하고 “시끄럽지 않게, 방법은 지혜로웠으면 좋겠다”는 말로 이 대통령의 뜻을 전했겠는가. 집권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과거 두 차례의 실패를 답습할 조짐을 보인다. 이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피로는 임계점에 달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오만하고 겸손을 잊는 권력에는 항상 회초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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