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 교장, 2024년에 악단 창설
악기 임대·대학생 제자 강사 초빙
재학생 실력 향상… 초청 공연도
도시서 전학 문의도… “지역 구심점”
“대금을 부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요.”
충북 제천시 금성면에 위치한 금성초등학교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면 피리와 해금, 대금 등 국악기를 꺼내 연습을 한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국악기가 이젠 몸의 일부분처럼 친해졌다.

1930년 문을 연 이 학교에 국악기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겨울방학 때부터다. 전교생이 악기를 배우며 국악관현악단을 만들었다. 1년 가까이 익힌 솜씨를 23일 첫 정기연주회를 통해 뽐낸다. ‘해찬소리’라는 국악관현악단을 세상에 알리는 뜻깊은 행사다.
첫 정기연주회에는 총 28명이 참여한다. 재학생 18명을 비롯해 제천 시내 초등학교와 인근 초등학교 4명, 객원 연주자 6명이 설장구와 국악 동요, 사물놀이, 협주곡 등을 선보인다. 작은 시골학교에 국악기를 매개로 학생들을 불러모은 셈이다.
국악관현악단 창단은 시골학교의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한때 전교생이 1000명이 넘은 이 학교는 개교 95주년을 맞은 올해는 재학생이 20명인 학교로 전락했다. 이농과 저출생, 인구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 내년에는 6학년 학생 5명이 졸업하지만 입학 예정은 병설 유치원생 1명에 불과해 전교생이 16명인 미니학교가 될 전망이다. 학생이 더 줄면 폐교 위기에 놓이게 된다.
지난해 9월 이 학교로 온 최병일 교장이 학교를 살리기 위해 국악관현악으로 희망을 불어넣었다. 국악관현악단을 만들어 외지에서 전학오는 학교로 만들기 위해 나선 것이다. 학생이 많은 제천시내 학교의 재학생을 일부 유치할 경우 폐교 위기를 넘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최 교장은 대학생 제자를 강사로 초빙하고 가야금과 해금 등 악기는 임대해 국악관현악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매주 두 차례(화·토요일)씩 강습과 개인별 연습에 이어 수요일에는 수업이 끝난 후 합주 등 맹연습을 했다. 학생들은 여름방학에도 학교에 나와 악기를 연주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현재 일부 학생은 국악에 소질을 보일 정도로 연주 실력이 부쩍 늘었다. 국악학과에 진학하겠다는 학생들도 생겨났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되자 영동세계국악엑스포와 제천국제한방엑스포 등에 초대돼 실력을 자랑했다.
학생들의 연주 솜씨가 소문나면서 전학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악관현악단 창단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악관현악단을 맡고 있는 김남춘 교사는 “국악관현악단이 운영되는 데다 국악기를 전문적으로 배워 대학에 가겠다는 학생이 생기면서 입학 문의가 오고 있다”며 “국악관현악단이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최 교장은 “이번 창단연주회가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살리는 것은 물론 지역 공동체 활성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학교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시민들과 학생들의 많은 공연 관람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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