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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보이지 않는 노동’ 제외… 과로 내몰리는 택배기사들

입력 : 2025-10-21 19:04:53 수정 : 2025-10-21 22:54:24
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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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백 회수·분류 근무 제외
40대 기사 뇌출혈 사망 논란
노조 “주62시간 근무가 원인”
사측 “생전 고혈압 앓아 병사”
“수수료 줄어 소득 뚝” 주장도

쿠팡이 두 차례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의한 내용을 지키지 않으면서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 문제가 방치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배송 물량은 늘었지만, 수수료 삭감으로 인해 실질 소득이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전국택배노조에 따르면 쿠팡CLS 대구4캠프 택배 기사 엄모(45)씨는 지난 1일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5일 숨졌다. 쿠팡은 엄씨가 하루 9∼10시간 일했으며 일평균 약 520개 물량을 배송했다는 내용의 사망 경위를 국회에 보고했다. 사측은 고용노동부가 정한 주당 평균 노동시간을 넘지 않았으며 엄씨가 고혈압을 앓았다는 사실을 들어 ‘병사’라고 적었다. 노조는 “고혈압은 관리 가능한 질병으로, 주 60시간을 넘긴 과로가 뇌출혈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엄씨의 근무 시간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다.

 

노조는 “사측이 ‘보이지 않는 노동’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고용노동부 업무상 질병 연관성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국회 제출 자료에서 ‘최초 상품 스캔 시작부터 배송 완료 시각까지’를 기준으로 한 업무 시간으로 주당 56시간을 근무했다고 봤다. 그러나 노조는 프레시백 반납 작업과 분류작업을 마쳐야 업무 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포함한 것이 실제 노동시간이라는 입장이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실태 조사 결과를 반영하면 엄씨는 주 62시간 근무했고, 주 60시간이라는 고용부의 과로 기준을 상회한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노조는 지난 9월8∼22일 쿠팡 퀵플렉스 택배 기사 6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하고 “쿠팡이 지난 두 차례 사회적 대화를 이행하지 않고 여전히 장시간 노동, 다회전 배송으로 인한 과로를 방치하고 있다”며 “택배 배송 외에 분류작업과 프레시백 회수 등 불공정 업무 전가도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실태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하루 평균 11시간에 달하는 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5일제가 지켜진다는 응답(36.8%)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조사에 따르면 주간 근무자들은 일평균 11.6시간, 야간 근무자들은 9.7시간(심야시간 30%가산)을 일했다. 주6일제라는 응답은 28.3%, 격주 5일제는 28.0%였다. 노조는 “야간 기사들의 경우 97%가 2일 이상 연속 야간근무 후 48시간 이상 휴식을 취할 수 없어 과로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수수료 삭감과 배송 물량 확대로 택배 과로 문제는 심화하고 있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쿠팡 배송 수수료는 아파트 평균 729.8원 수준이었는데, 응답자의 74.8%는 지난해보다 수수료 삭감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67.6%는 전년 대비 배송 물량이 늘었다고 응답했으나, 수입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20.0%에 불과했다. 오히려 감소했다는 응답은 30.5%였다.

 

노조는 쿠팡이 두 차례의 택배노동자 과로사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합의는 2020∼2021년 택배노동자 26명이 과로로 사망한 뒤 노조와 사측이 체결한 것으로,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제외, 표준계약서 시행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이전 사회적 합의에서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작업을 쿠팡은 아직도 택배 기사에게 시킨다”며 “배송 업무도 아니면서 단돈 100원을 주는 업무이지만, 수거율 미달 등 사유로 배달 구역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기사들을 과로와 고용 불안에 밀어 넣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쿠팡CLS 관계자는 “퀵플렉스 기사 3명중 1명은 매일 휴무를 취하고 있다”며 “다른 택배사에 비해 주5일 이하로 배송하는 택배 기사의 비중이 높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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