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합의문 작성 큰 틀 합의 후
실무 추가논의 거쳐 최종타결 방식
李, 협상단 보고 받고 직접 검토
美, 3500억달러 전액 현금은 포기
수익 배분·분할투자 여부 등 쟁점
대통령실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세 협상에 관한 양국 간의 합의 등을 이끌어내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실은 에이펙에서 양국 정상이 관세협상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하고 이후 최종 타결하는 ‘톱 다운’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김용범 정책실장과 협상단의 보고를 받고 이번 주중 이를 검토하며 협상안 등을 직접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 정책실장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이 나란히 미국을 방문한 뒤 협상에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하면서 에이펙이 관세협상을 사실상 마무리 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 합의문이 최종적으로 타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대통령실은 미국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이 체결될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확정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다만, 양국 정상 간에 관세협상에 관한 포괄적 합의를 담은 문서 등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정상이 먼저 큰 틀의 합의를 매듭짓고 실무적 추가 논의를 이어가 에이펙 이후 관세협상을 최종 타결하는 이른바 ‘톱 다운’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관세 협상의 최종 타결 시점은 에이펙 이후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방한해 1박2일간 국내에 머물며 한·미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 등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관세협상의 핵심 쟁점은 우리 정부의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다. 투자펀드의 구체적인 운용 방식과 투자 수익 배분 구조, 분할 투자 여부 등 세부 사안을 두고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가 입장차를 보이며 협상은 교착 상태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전액 현금 투자 요구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협상에 진척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정책실장과 김 장관이 방미 전후로 남긴 발언 등을 고려했을 때도 양국은 3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 등과 관련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 실장은 방미 일정을 마치고 지난 19일 귀국하며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관세 협상과 관련해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음을 밝힌 바 있다. 김 실장은 “한·미 양국이 매우 진지하고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서 협상에 임했다”며 “2시간이 훌쩍 넘는 공식협의 외에 이어진 만찬 자리에서도 밀도 있는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여전히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있다”면서 “이번 협의 성과를 토대로 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관세 협상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상당 부분 합의에 이르렀음을 밝혔다. 김 장관은 전날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면서 “거기까지 갔으면 이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 텐데 그런 부분에 대해 상당 부분 미국 측에서 우리 측의 의견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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