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남정훈 기자] 프로야구 삼성과 한화의 2025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3차전이 열린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삼성 박진만 감독은 이날 라인업을 김지찬(중견수)-김성윤(우익수)-구자욱(지명타자)-디아즈(1루수)-김영웅(3루수)-이재현(유격수)-김태훈(좌익수)-강민호(포수)-류지혁(2루수) 순으로 짰다. 대전에서 열린 1,2차전과 동일한 라인업이었다. PO 1,2차전에서 한화가 자랑하는 ‘원투펀치’ 코디 폰세(6이닝 7피안타 6실점 5자책), 라이언 와이스(4이닝 9피안타 5실점 5자책)을 탈탈 털어낸 타선의 상승세를 믿는 라인업이었다.



다만 이날 한화 선발은 좌완 류현진. 폰세와 와이스가 150km 중후반의 포심 패스트볼을 앞세운 파워피처라면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이 140km 중반대에 형성되는 대신 체인지업과 커브, 커터 등을 적절히 배합해 던지는 피네스 피처다. 그럼에도 박 감독은 김지찬부터 김영웅까지 1~5번을 좌타자들을 전진 배치했다. 자신감의 발로라고 해도 좋을 선발 라인업이다. 박 감독은 “1,2차전에서 타선의 흐름이 좋았다. 그래서 좌완 투수가 선발로 나와도 그대로 밀어붙이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타선에선 구자욱이 키 플레이어다. 우리 팀엔 없어선 안 될 선수다. 결국 살아나줄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화 선발로 나서는 류현진은 한국에서 무려 18년 만에 가을야구에 나선다. 신인이었던 2006년과 2년차였던 2007년에 KBO 포스트시즌을 뛰었고, 18년이 지나 이날 다시 선발로 나선다. 2006~2007년은 박 감독이 현역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던 시절. 당시 류현진과 상대했던 기억이 나느냐는 질문에 “안그래도 요즘 영상으로 제가 현역 때 류현진 선수와 상대하던 게 많이 나오더라. 2007년은 잘 기억이 안 나고, 한국시리즈 우승했던 2006년은 기억이 난다. 그때 류현진은 구위나 제구가 모든 게 완벽했던 투수였다. 올 시즌에도 그 나이에 선발투수로 자기 역할을 해낸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은 그때보다 나이가 있으니 구위가 좀 떨어지지 않았을까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6년 가을에 상대했을 땐 워낙 공이 좋아서 삼진 먹기 전에, 카운트가 몰리기 전에 일찍 쳤던 걸로 기억한다. 서클 체인지업이 포심과 똑같이 날아와서 상대하기 애먹었던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이날 선발을 후라도, 내일 열리는 4차전에 원태인을 내세운다. SSG와의 준PO 때 3차전에 원태인, 4차전에 후라도가 나섰던 것을 뒤집었다. 원태인의 몸 상태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박 감독은 “내일은 원태인이 선발로 나간다. 어제 불펜 피칭했고, 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답했다. 후라도에 대해선 “본인의 루틴대로 날짜 맞춰서 나가는 거라 후라도 역시 아무런 문제 없이 등판한다. 6회까지 완벽하게 던져주면 자기 역할을 해냈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삼성의 안방마님 강민호는 이번 가을에 유독 타구에 공을 많이 맞고 있다. 사령탑 입장에선 강민호가 공에 맞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할 법 하다. 박 감독은 “정규시즌 144경기할 때보다 지금 더 공을 많이 맞는 것 같다. 그럼에도 똑똑하게 안방마님 역할을 해주는 게 대견하고 믿음직하다. 강민호가 젊은 투수들을 잘 리드해주는 게 지금 우리 상승세의 밑바탕이다. 강민호가 포수 마스크를 쓰느냐에 따라 우리 팀 전체적인 전력이 달라진다”라고 치켜세웠다.
삼성 불펜의 키플레이어는 3년차 우완 이호성, 신인 좌완 배찬승이다. 삼성 불펜에서 가장 강력한 공을 뿌리는 두 투수다. 박 감독은 “우리 불펜진에서 위기 상황에서 삼진이나 범타를 이끌어 줄 수 있는 두 투수다. 이닝 시작 때 올리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올 시즌 도중 마무리 보직을 맡기도 했으나 시즌 말미로 갈수록 맞아나가면서 마무리 자리를 박탈당했던 이호성은 올 가을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그 비결에 대해 박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자기 볼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젊은 선수들은 한 번 자신감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는 퍼포먼스를 보이곤 한다. 지금 이호성이 딱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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