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당 이탈 후 유신회와 연정
의원 감축·오사카 부수도 수용
일각선 日 정치 우경화 우려도
시장선 ‘제2 아베노믹스’ 들떠
닛케이 4만9000선 최초 돌파
일본 국회는 21일 소집되는 임시국회 첫날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뒤를 이을 새 총리 지명선거를 실시한다. 집권 자민당이 제2 야당 일본유신회와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함에 따라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의 제104대 일본 총리 취임이 확실시된다.
다카이치 총재는 20일 오후 도쿄에서 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 등과 만나 연립정부 수립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NHK방송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는 유신회를 “국가관을 공유하는 정당”이라고 평가하면서 “오늘을 하나의 기점으로 해 일본 경제를 강하게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요시무라 대표도 “일본을 강하게 만들려는 생각은 (자민당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도쿄=AFP연합뉴스
합의문에는 ‘일본 재기’를 위해 양측이 전면적으로 협력해 헌법 개정, 안전 보장, 사회 보장, 각종 구조 개혁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총리 지명권을 쥔 중의원(하원·465석)에서 자민당(196석)과 유신회(35석) 의석을 합치면 과반(233석)에 근접한다. 21일 총리 지명선거에서 무소속 회파(의원단체) 의원 일부도 다카이치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져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다카이치가 1차투표에서 바로 총리로 선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카이치가 총리직에 오르면 1885년 이토 히로부미가 초대 총리로 취임한 후 첫 여성 총리가 된다.
다카이치는 지난 4일 당 총재로 선출된 지 엿새 만에 연립여당이던 공명당으로부터 결별 통보를 받은 데다 야권의 정권교체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사면초가에 몰렸으나, 유신회와 손을 잡으며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유신회는 오사카 등 간사이(關西) 지방에 뿌리를 둔 정당으로, 외교·안보, 에너지 등 정책에서 자민당과 큰 이견이 없는 우파 정당이다. 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등 일본 주요 정당 가운데 가장 오른쪽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경 우파 성향인 다카이치가 유신회의 도움으로 총리직에 오르면 일본 정치가 우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26년간 이어진 자민·공명당 연립 당시 ‘평화의 정당’인 공명당이 일종의 제어장치 역할을 해왔는데, 이젠 그마저도 사라진 상태다.
다만 유신회와 연정을 꾸리더라도 ‘여소야대’ 구도는 여전한 데다 이달 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등 주요 외교 일정을 앞두고 있어 야당이나 주변국을 자극할 만한 행보는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카이치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서 17∼19일 열린 가을 제사 기간 공물 대금을 사비로 냈을 뿐 신사 참배는 하지 않았다. 교도통신은 각료 재임 중에도 야스쿠니를 참배하던 다카이치의 이번 참배 보류를 두고 “중국, 한국의 반발 등 외교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자민당은 정치개혁이나 경제·사회정책 등에서 유신회와 다소 거리가 있었으나, 정권 유지를 위해 유신회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는 결단을 내렸다. 특히 유신회가 ‘절대 조건’으로 내건 △오사카 부(副)수도 구상 △국회의원 정수 10% 축소 △기업·단체 정치 후원금 폐지 △소비세 감세 등을 파격적으로 수용했다.

기업·단체 정치 후원금 규제 강화는 앞서 공명당이 강하게 요구했으나 다카이치가 즉답을 내놓지 않아 결국 자민·공명당 연립이 깨지게 된 사안이고, 의원 정수 축소는 여러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민감한 과제다. 소비세 감세 역시 자민당이 7월 참의원 선거 당시 ‘대체 재원 확보 방안이 없다’며 강하게 반대했던 터다.
20일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37% 오른 4만9185로 장을 마감했다. 대담한 공적 투자 등 적극적 재정 지원, 적자국채 발행 증가 용인 등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와 유사한 재정·금융정책을 공약한 다카이치의 총리 취임이 확실시되자 시장이 반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지수가 4만9000선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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