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고] 에너지 기술 혁신, 기술지주회사가 답이다

관련이슈 기고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10-20 22:53:03 수정 : 2025-10-20 22:53:02

인쇄 메일 url 공유 - +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이번 전장은 에너지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청정에너지 산업에 500조원 규모의 투자에 나섰고, 유럽은 탄소중립산업법을 통해 기술 내재화와 전력망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배터리, 수소, 전력망 등 전략 기술을 국가적으로 육성하며 자국 중심의 에너지 산업 체계를 강화하는 중이다.

대한민국 역시 기술력만 놓고 보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차세대 태양광, 수소, 배터리, 전력망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축적해 왔고,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도 상위권에 속한다. 특히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국가 단위 정전 사태를 고려한다면 한국의 전력 인프라는 신뢰성과 안정성 면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힌다.

임기철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그러나 결정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기술은 있는데 기술이 제대로 흘러갈 ‘길’이 없다. 기술이 실험실에 머무른 채 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정부는 수많은 R&D 사업과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시도해 왔지만, 상당수 기술은 실증 이전 단계에서 사라졌고 많은 기업은 시장에서 자립하지 못한 채 다시 손을 내미는 상황이다. 기술만 쌓여가고 있을 뿐 기업이 나오지 않는 단절된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혁신 생태계를 관통하는 새로운 구조가 시급하다. 그 해법을 ‘기술지주회사’에서 찾아보자. GIST는 2023년 말 기술지주회사 ‘지스트홀딩스(GIST Holdings)’를 설립했다. 실험실에 묻혀 있던 GIST의 우수 기술을 발굴해 출자회사를 설립하고 사업화를 통해 민간 투자자와 연결한다. 2030년까지 기술기반 기업 50개사 설립과 누적매출 2000억원을 목표로, 지역을 넘어 국가 차원의 기술사업화 모델을 제시하려는 실험이다. 이미 설립 1년여 만에 75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면서, 대학 기술지주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내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GIST의 역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공 부문에서 기술지주회사의 출범이 절실하다. 에너지 산업과 같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며 대규모 인프라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공공의 역할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들은 최정예 연구진과 세계 정상급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수조 원대의 실증 인프라와 막대한 R&D 예산을 운영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탁월한 기술이 지금 실험실과 보고서에 갇혀 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구조는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일각에서는 공공이 민간과 경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기술지주회사는 기술과 민간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모든 역할을 공공이 감당하려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뛰어들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가교 역할이 그 본질이다. 공공기관이 초기 실증과 투자 마중물을 제공하고, 민간이 이를 확장해 나가는 ‘투자?실증?사업화’의 삼각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특히 혁신도시 정책에 따라 전국에 분포한 공공기관들이 활약한다면, 수도권에 편중된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기술은 넘쳐나는데 산업으로 결실을 보지 못한다. 기술이 산업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 아무리 탁월한 기술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패권을 붙들 마지막 기회다. 기술은 준비됐다. 이제 아무도 가 보지 않은 ‘혁신의 길’을 만들 차례다.

 

임기철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오피니언

포토

이안 '러블리 카리스마'
  • 이안 '러블리 카리스마'
  • 하츠투하츠 에이나 '깜찍한 매력'
  • 문가영 '완벽한 여신'
  • 정소민 완벽 이목구비…단발 찰떡 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