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안 극심한 프랑스 총리와 대조적
2년만 더 버티면 베를루스코니 기록 깨
2022년 10월 취임해 3년간 재직한 조르자 멜로니(48) 이탈리아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 번째로 오래 집권한 정부 지도자로 기록됐다. 멜로니 앞에는 과거 세 차례에 걸쳐 9년 넘게 이탈리아 정부를 이끈 실비오 베를루스코니(1936∼2023)만 남아 있다.

19일(현지시간) dpa 통신이 이탈리아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2년 10월 22일 시작한 멜로니의 임기가 이날로 1093일, 꼭 3년을 채웠다. 2차대전 후 이탈리아 총리의 평균 재임 기간이 1년 1개월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멜로니가 국정을 매우 안정적으로 운영했음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는 2차대전 패전을 계기로 왕정 국가에서 공화국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면서 상징적 국가원수에 불과한 대통령 대신 총리가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했다. 하지만 미국, 영국 같은 양당제가 아닌 다당제 국가로서 군소 정당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원내 과반 다수 세력의 확고한 지지를 받는 강력한 정부의 탄생에 곤란을 겪었다.
1946년 공화정 출범 후 80년도 채 안 지났지만 멜로니가 벌써 제60대 총리라는 점만 봐도 내각의 부침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이탈리아 현 연립정부는 멜로니의 ‘이탈리아 형제당’이 주축이다. 좌파와 중도 진영으로부터 “극우 파시즘 세력”이란 비판을 받는 이 정당이 하원에 거느린 110여석을 토대로 비슷한 극우 성향의 ‘리가’(65석), 그리고 중도 우파의 ‘포르차 이탈리아’(52석)를 나란히 끌어들여 연정을 형성했다. 일단 하원 400석의 과반 의석을 확보한 가운데 극우보다는 전통적 보수 우파에 가까운 기조로 이탈리아를 이끌고 있다.

3년 전에 멜로니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탈리아에 베니토 무솔로니 뒤를 잇는 극우 정권이 탄생했다”며 경각심을 드러낸 유럽연합(EU)과 그 회원국들의 우려는 잦아들었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우파 정부가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으로 낮추는 등 성과를 거두며 EU 안에서 안정적 파트너로 인정을 받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웃나라 프랑스가 2024년 7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하원이 탄생한 뒤 의회에 안정적인 과반 지지 세력을 형성하지 못해 총리(미셸 바르니에·프랑수아 바이루)가 두 차례 연거푸 불신임을 당하고, 신임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도 언제 의회 불신임으로 낙마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앞서 멜로니를 ‘극우파’로 여겨 무시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극심한 정치 불안 속에 프랑스의 국가 신용 등급이 추락을 거듭하는 현실을 지켜보며 이탈리아를 부러워해야 할 지경이다.

이제 전후 멜로니보다 더 오래 집권한 총리는 베를루스코니만 남았다. 그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9년 2개월 동안 총리를 지냈다. 그 가운데 5년 가까운 2차 집권기(2001년 6월∼2006년 5월)와 3년 6개월가량의 3차 집권기(2008년 5월∼2011년 11월)가 나란히 역대 최장수 총리 1, 2위를 기록 중이다. 만약 멜로니가 차기 총선이 예정된 2027년까지 2년을 더 버틴다면 베를루스코니를 제치고 새로운 최장수 총리에 등극하게 된다. 현재 멜로니의 집권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좌파 민주당의 지지율을 훨씬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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