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에 케빈 김 동아태 부차관보
트럼프 1기 때 대북외교에 관여
CNN “美, 북·미 정상 만남 논의”
11월 亞 순방 때 회담 성사 거론
양측 공식 의사소통은 없는 상황
경호팀 판문점 답사도 따로 안 해
일각 “트럼프 깜짝 제안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시점에 주한미국대사대리가 갑작스럽게 교체될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의 만남에 관심이 쏠리는 시점인 만큼 이와 연관된 인사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순방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방안을 정부 당국자들이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9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조셉 윤 대사대리는 26일쯤 자리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케빈 김(사진) 동아시아태평양국 부차관보가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차관보는 현재 국무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한국계 인사로, 의회 인준이 필요한 정식 대사가 아닌 대사대리 신분이라 당장 부임이 가능하다.
에이펙 계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라는 큰 일을 앞두고 이뤄진 대사대리 교체는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윤 대사대리가 전임 조 바이든 정부의 인사라는 점이 교체의 배경일 수 있다. 하지만 김 부차관보가 트럼프 1기 때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미국의 대북 외교에 관여했다는 이력이 주목을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가능성을 시사해 온 북·미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 내에서 관련된 움직임이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CNN방송은 18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을 비공개로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1일 에이펙 회의 개막을 앞두고 경주를 포함해 일본 도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한 뒤 김 위원장을 판문점 등에서 만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 김 위원장과 만나는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도, 비공개적으로도 관심을 보였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순방 중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은 지난 8월25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올해 안에 만날 의향을 피력하면서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된 바 있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이지만, 일각에선 전례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김 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의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당시인 2019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갑작스러운 초청 메시지를 올린 지 48시간도 되지 않아 성사됐다.
다만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까지도 백악관은 이러한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필요한 본격적이고 실질적인 실무 계획을 전혀 착수하지 않은 상태다. 지금까지 북·미 간 어떤 공식적 의사소통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 1기 당시와는 대조적이라고 덧붙였다. 두 명의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김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며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한은 서한 수령을 거부했고 결국 답신도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CNN은 한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 경호팀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두 차례 한국을 찾았을 때도 판문점 지역은 답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CNN 보도와 관련해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 및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한·미는 북·미 대화를 포함, 대북 정책 전반에 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경화 주미대사는 지난 17일 미국 뉴욕 주유엔한국대표부에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 미주지역 재외공관 국정감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에이펙을 계기로 방한해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 “아직 그런 조짐은 없는 상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에 열려 있다고 밝혔고, 북한으로서도 그런 조짐을 보였지만 에이펙을 계기로 무엇인가 이뤄질 거라는 조짐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날) 가능성에 대해선 항상 열어놓고 동향을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사는 에이펙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이 대통령과의 회담이 이뤄지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조율 중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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