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대규모 사기범죄 단지를 운영하며 막대한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진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영국이 프린스그룹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직후 천 회장의 행방이 묘연해진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은 자국민 피해 확산을 우려하며 외교적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18일 현지 매체 캄보디아데일리와 크메르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정부는 지난 14일 프린스그룹을 포함한 캄보디아 내 불법 금융 네트워크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이후 천즈 회장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실종설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 태어난 천즈 회장은 2014년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한 뒤 정계 유착을 바탕으로 급격히 사업을 확장해 왔다. 프린스그룹은 천즈 회장의 지휘 아래 부동산·금융·호텔·통신 등 광범위한 사업을 펼치며 성장했지만, 보이스피싱과 감금 등 국제 범죄의 배후로도 지목됐다.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이 감금돼 사기에 동원된 ‘태자(太子) 단지’ 역시 이 그룹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즈 회장은 과거 캄보디아 최고 실세였던 훈 센 전 총리의 고문을 지내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 당국은 그와 프린스그룹을 각각 사기·자금세탁 혐의로 조사했다.
미 법무부는 천즈 회장을 온라인 금융사기와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하며, 유죄 확정 시 최대 4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가 보유한 약 150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12만7271개에 대해 몰수 소송도 제기했다.
중국 당국도 프린스그룹이 사기범죄로 불법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2020년 특별수사팀을 구성했고, 이후 중국 각지의 지방법원이 프린스그룹 하위 직원 및 연루자 다수를 도박·자금세탁죄로 유죄 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즈 회장은 지난해 12월 프린스은행 이사회 의장직에서 돌연 사임했고, 일각에서는 그가 캄보디아 시민권을 박탈당해 중국으로 송환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영국 제재 이후 프린스그룹 계열사인 프린스은행에서는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프놈펜 주요 지점에 고객들이 몰려 혼란이 빚어졌지만, 프린스은행은 “캄보디아 중앙은행 감독 아래 합법적으로 운영 중이며 서비스는 정상”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최근 캄보디아 내 한국인 감금·착취 피해가 연이어 발생하자 주프놈펜대사관을 중심으로 현지 수사당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외교부는 캄보디아 내 ‘코리안 데스크(Korean Desk)’ 설치를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한국인 피해 사건이 접수될 경우 신속한 조사와 구제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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