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 주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회 후원
세종시 박연문화관 전시실. 문화체육관광부 옆
정부 지정 ‘한글문화도시 세종’의 실현을 위한 특별 기획전으로 한국 서예의 주인은 한글이 되어야 한다. 어순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가로쓰기 서예여야 한다. 과거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쓰는 서예’여야 한다. 세종특별자치시(시장 최민호)가 이러한 논리로 한글의 멋을 담은 조형 서예로 서예계의 변혁을 추구해온 푸른돌(翠石) 송하진 서예가 초대전을 마련한다. 세종시 박연문화관 전시관에서 22일 개막해 다음 달 2일까지 계속되는데, 송하진 서예가의 한글의 멋을 담은 K-서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 60여점이 전시된다.

송하진 서예가는 한말의 대유학자이자 서예가인 유재 송기면(裕齋宋基冕) 선생이 조부이고, 현대 서예 대가로 이름이 높은 강암 송성용(剛菴宋成鏞) 선생이 부친이다. 어려서부터 한학과 서예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그는 한글 사랑이 남달라 선친이 지어준 취석(翠石)이라는 아호 보다 취석의 한글 뜻인 푸른돌을 더 즐겨 쓰고 있다. 전주시장 시절엔 전주 한옥마을의 전통성에 한글 간판을 비롯한 한글의 거리, 한식, 국악 등 한국적 분위기를 더하여 한옥마을을 세계적 명소로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를 계기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처음 기획해 오늘날 최고의 서예축제로 발돋움하게 했다. 전북도지사 시절 비엔날레전용서예관을 건립토록 해 한국서예진흥의 센터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글서예진흥에 앞장서 2025년 1월 국가무형유산에 등재되는데 기여하였으며, 현재는 유네스코인류무형유산등재추진위원장으로서 한글의 전승 가치를 높이는 등 K서예의 세계화에 힘을 쏟고 있다.

송하진 서예가는 “서예가 날이 갈수록 대중으로부터 멀어져 감을 안타깝다. 서예도 이제는 변혁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첫째, 소재로서 한국서예의 주인이 한자 한문에서 한글로 바뀌어야 한다. 둘째, 글씨 쓰는 순서도 우리 한글의 어순에 맞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가로쓰기가 돼야 한다. 셋째, 운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과거의 필법에 얽매여 조심스러운 자세를 갖기보다는, 서예를 조형미를 추구하는 예술로서 접근하고, 인문학적 차원에서 생각을 자유롭게 발산하며, 거침없이 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해 서울과 전주에서 두 달간 개최한 ‘거침없이 쓴다-푸른돌翠石 송하진 초대전’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자유분방한 필세와 활기찬 필력의 조형 작품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한국미술비평연구소 장준석 미술평론가는 송하진의 서예에 대해 “그는 우리의 기존 서예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한글서예를 현대적 시각예술로 변모시키려 노력한다. 한글의 미적 조형성에 대해 사색하며, 동시대 예술로서 손색없게 조형화하고자 한다. 때로는 붓의 운용에서 크고 작음, 진하고 옅음, 굳세고 부드러움, 굽고 곧음, 모나고 둥금, 빠르고 느림 등 다양한 성향을 살펴 현대적 조형성을 추구한다. 먹의 성향을 잘 이해하여 수백 수천의 빛깔로 작품마다 서로 다른 느낌을 표출하면서 맑음, 거침, 오묘함 등을 현대 조형적으로 조화롭게 표현하고자 한다” 고 평했다.

푸른돌의 작품 ‘돌’에 대해서는 “그의 돌은 단순한 자연의 돌을 넘어선다. 돌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자아의 내면을 투영한, 하나의 사물이면서 주관적인 자아다. ‘돌’이라는 글자는 돌의 형상을 입어 그림처럼 인지되고, 맛깔스러운 시상을 내재한 시인의 외마디 시가 된다. 그의 서예는 곧 그림이자 시다. 글자이면서 그림이 되고 시가 되는, 돌이라는 서체 하나에 시서화가 공존하는 놀라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은 “취석 선생은 그간 ‘한글이 주인 되는 한글서예’와 ‘가로쓰기 서예’를 주창해온 서예가로 이번에 특별한 초대전을 갖게 됐다”며 “한글서예의 멋을 감상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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