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폭로 당사자인 백해룡 경정을 검·경 합동수사팀에 파견하라고 지시하면서 해당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3년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이 인천공항을 통해 밀반입한 필로폰 74㎏(834억원 상당)에 대한 수사가 ‘대통령실 개입’ 의혹으로 번진 지 2년이 지났지만 진실공방은 격화하는 모양새다.

◆ “외압 폭로” vs “전혀 사실무근”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2023년 1월27일,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 두 명이 몸에 필로폰을 테이프로 감아 붙이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세관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 2명이 출구를 알려줬다”고 진술했다. 다만 두 사람의 진술은 세관 직원의 안내 범위와 입국 절차 등에서 엇갈렸다.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었던 백 경정은 이 진술을 토대로 세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려고 했지만, 당시 대통령실과 경찰, 관세청 수뇌부 등의 지시로 수사가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국회 청문회에서 백 경정은 “2023년 9월20일 김찬수 당시 영등포서장(총경)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면서 “용산에서 알고 있어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총경은 “대통령실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없다. 대통령실에서 연락받지 않았고, 대통령실에 사건 관련 보고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관세청은 마약 조직원들이 지목한 세관 직원 두 명 중 한 명은 당일 연가로 근무조차 하지 않았고 다른 한 명은 해당 사건 시간대에 관련 동선을 출입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올해 2월까지 수사를 이어갔지만 세관 직원이 실제로 마약 밀수에 가담했다는 객관적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해당 사건의 기소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백 경정은 지난해 7월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전보됐다. 서울경찰청은 백 경정에게 공보규칙 위반 등을 이유로 경고 처분을 내렸다.

◆ 새 정부 합수팀 출범, 그러나 ‘한 지붕 두 수사팀’
지난 6월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20명 규모의 합수팀을 만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의혹에 대해 “상설특검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한 지 하루 만이었다.
대검 마약조직범죄부가 직접 수사를 지휘하고, 윤국권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이 합수팀장을 맡았다. 백 경정을 제외한 당시 영등포경찰서 수사팀 5명 전원도 합류했다. 사무실은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됐다.
출범 이후 합수팀은 인천세관과 직원 주거지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와 PC 서버 등을 확보했다. 이후 총 28곳을 압수수색하고 마약 밀수범을 포함해 22명을 입건했다.
지난 12일 이 대통령이 ‘백 경정 합수팀 파견’을 지시하자 임은정 동부지검장은 별도 소규모 팀을 구성해 백 경정에게 외압 부분을 제외한 수사를 맡기겠다고 했다. 백 경정이 고발인이자 피해자 신분이라 직접 수사할 경우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백 경정은 “모욕적”이라며 “합수팀은 위법하게 구성된 불법단체라고 주장해 왔는데, 그곳으로 출근하고 있다”이라고 반발했다.
동부지검은 17일 백 경정에게 팀장으로서의 전결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백 경정은 세관 마약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서 영장 신청 및 검찰 송치 등의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 경정의 사무실 PC엔 경찰망이 연결돼 있어 언제든 수사 개시가 가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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