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 검사장과 잦은 충돌, 여권도 우려
공직기강 실추, 수사기관 불신 자초

이재명 대통령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했던 백해룡 경정의 수사팀 합류를 지시한 후, 기존 수사를 지휘해 왔던 임은정 동부지검장과 백 경정이 사사건건 충돌해 물의를 빚고 있다. 백 경정은 출근 첫날부터 “합동수사팀은 불법단체”, “합수팀 구성을 지휘한 검경 지휘부 모두 마약 게이트와 깊이 관련돼 있다”, “임 검사장은 수사 의지가 없다”고 직격했다. 상식에서 벗어난 돈키호테식 언행이다. 그러자 임 검사장은 “모든 수사 과정에서 일체의 위법성 시비가 없도록 적법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 합수팀원들이 대견하다 못해 존경스럽다”며 백 경정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 대통령이 협력해 수사하라고 지시했는데 권한 등을 놓고 싸우는 형국이다. 공직기강이 땅에 떨어진 것 아닌가.
이 사건은 윤석열정부 때인 2023년 1월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 두 명이 다량의 마약을 소지한 상태로 인천국제공항을 무사 통과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영등포서 형사2과장이던 백 경정은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는 마약 조직원의 진술을 확보하고 세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려다 검찰과 경찰 윗선의 외압을 거부해 좌천성 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게 골자다. 심지어 백 경정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내란 자금 마련을 위해 마약 수입 사업을 한 것이라고 했다. 상식적으로 믿기 어려운 황당한 주장 아닌가. 당시 수사팀 경찰들은 백 경정의 주장을 뒷받침한 건 마약 조직원의 진술밖에 없었다고 했고, 관세청은 경찰이 지목한 세관 직원들은 당일 연가를 냈거나 해당 동선의 출입 기록이 없다고 했다.
서울동부지검이 자신이 피해자로 고발된 수사를 하는 건 ‘셀프 수사’라고 반대하자 백 경정은 “고약하다”고 맞섰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이 세관 마약 의혹을 수사하다 외압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만큼 5명의 별도 팀을 꾸려 주고 외압 부분을 제외한 수사를 맡길 예정이었으나 백 경정은 “아무 협의 없는 폭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소 25명 규모의 수사팀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요구다. 임 검사장은 백 경정에게 팀장으로서 수사 전결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백 경정은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개 경정이 이래도 되나. 두 사람 간 갈등이 커지면서 수사는 산으로 가는 모양새다. 중복 수사 혼선, 지휘권 다툼이 빚어질 게 뻔하지 않나.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을 희화화하는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권은 대표적인 검찰 개혁론자인 임 검사장에 윤석열정부의 외압 의혹을 제기했던 백 경정까지 투입하며 이 사건 수사에 기대를 걸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백 경정의 잇단 돌출 발언과 임 검사장의 수사 지휘 능력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15일 국무회의에서 “공직자는 결과로 국민에게 말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권한을 가진 공직자가 뭐 그리 말이 많은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공직자로서 잘못된 태도”라고 질책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17일 백 경정에 대해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임 검사장과 백 경정을 중용한 여권의 책임이 크다. 편향적인 인식을 가진 인사들이 주도하는 이런 비정상적인 수사를 과연 국민이 신뢰할지 의문이다. 임 검사장과 백 경정은 자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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