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저격수의 고백(20주년 완전판)/ 존 퍼킨스/ 김현정 옮김/ 민음인/ 2만3000원
이 책을 쓴 저자는 1971년부터 1980년까지 10년에 걸쳐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파나마,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지에서 미국 기업과 정부의 이익을 위해 세계 각국의 경제를 파탄으로 이끈 경제 저격수였다.
‘경제 저격수’란 전 세계의 수많은 나라를 속여서 수조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털어내고, 그 대가로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가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세계은행이나 미국 국제개발처 또는 다른 해외 ‘원조’ 기관들로부터 돈을 받아내어 거대 기업의 금고나 몇몇 부유한 가문의 주머니 속으로 그 돈이 들어가도록 조종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회계 부정, 선거 조작, 뇌물, 협박을 통한 갈취, 섹스, 살인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저자 또한 겉으로는 국제적인 컨설팅 회사의 직원으로서 세계를 누비며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 계획을 ‘돕는’ 경제 전문가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 국가안보국에서 훈련을 받고 미국 이권이 걸린 나라에 찾아가 해당 국가의 국고를 미국 기업이 손쉽게 ‘털어내도록’ 공작을 벌이는 경제 저격수였다.

그런 그는 2004년 참회와 경고를 담은 ‘경제 저격수의 고백’을 내놨다. 오늘날 전 세계를 위협하는 ‘기업 정치’의 실체와 이제껏 감춰져 온 미국의 세계 경제 약탈사를 적나라하게 담은 해당 책은 출간 이후 38개 언어로 번역돼 200만부 이상 판매되고 73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어 최근에는 ‘20주년 완전판’을 다시 썼다. 저자는 “중국이 경쟁에 뛰어든 2000년대 초반 이후 경제 저격수 전략이 새로운 형태로 변신을 거듭하며 불길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며 “중국과 미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의 관계 변화를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새롭게 책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은 크게 세 개의 핵심 주제를 다룬다. 첫째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경쟁의 장이 경제 분야로 옮겨 갔다는 점이다. 둘째는 중국의 신실크로드(공식 명칭 ‘일대일로’)와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 금융 구조 등으로 인해 세계가 하나로 묶이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려면 모든 곳에서 경제 저격수 전략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책을 집필했으며, 그 결과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반영한 12개 장이 새롭게 추가됐다. 또한 책 뒤편에 ‘토론 가이드’와 ‘부록: 죽음의 경제 vs 생명의 경제’를 추가로 수록해 독자들이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름의 대안을 모색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오랫동안 회자된 저자의 주장은 뚜렷한 증거 없는 미국의 세계 지배, 국제기구의 배후 세력, 로스차일드에 대한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거세다. 사실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거나 과장된 부분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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