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이언스프리즘] 일본의 노벨상 성공사례 연구는 했나

관련이슈 사이언스 프리즘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10-15 23:52:32 수정 : 2025-10-15 23:52:31

인쇄 메일 url 공유 - +

日 과학 분야서만 27명 노벨상
한국은 ‘왜 못 받는가’에만 초점
日은 ‘왜 잘하는가’로 질문 바꿔
정책·투자 전반 제대로 분석해야

과학 이야기에 재미를 들려 이런저런 교양과학책을 읽고, 그걸로 성이 차지 않아 현장의 과학자를 찾아 그들의 연구에 관해 묻고 다닐 때다. ‘과학혁명’이 왜 동아시아에서는 안 일어났나 하는 궁금증이 어느 날 생겼다. 16, 17세기 서양에서는 과학혁명이 일어났는데, 비슷한 규모 문화권인 동아시아에서는 왜 그런 현상이 없었느냐는 거다.

궁금증이 생기자 나는 과학혁명에 관한 이런저런 책을 찾아 읽었다. 우리에게 부족했던 게 무엇인가를 찾고자 했다. 서양은 자연의 비밀을 캐고 있을 때 왜 동아시아는 인간과 사회의 법칙만 들여다보고 있었나 하는 질문이다. 과학혁명 관련 책은 국내에도 많이 나와 있다. 나의 책장에도 ‘뉴턴의 시계’, ‘객관성의 칼날’, ‘수량화 혁명’, ‘경이의 시대’가 꽂혀 있다. 이 시대 주역은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이, 뉴턴이다.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

이들은 근대를 향해 질주한 게 아니었다. 지동설 모델을 내놓은 코페르니쿠스는 파장을 우려해 자신의 책 ‘천구의 회전’(1543년) 발행을 최대한 늦춰 죽기 직전에 책을 내보냈다. 오늘날 체코 프라하성 인근에 동상을 볼 수 있는 케플러는 행성의 운행법칙을 알아낸 위대한 천문학자이나, 그의 다른 얼굴은 점성술가다. 이런 책들에 ‘과학혁명’이 어떻게 진행되었나 하는 설명은 많으나,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설명은 보기 힘들었다. 왜 그렇게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지식인 사회에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하는 열풍이 불었나 하는 거였다.

그러다가 전문가들 사이에 그런 과학적인 질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며, 이는 ‘왜 아냐 질문(Why not Question)’이라고 불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중국 철학자 펑유란은 1922년에 ‘왜 중국에는 과학이 없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썼으며, 중국학 연구자로 유명한 영국인 조지프 니덤(1900∼1995)은 “왜 중국은 1400년 동안 여러 면에서 유럽보다 앞서 있었으나 근대 과학을 이뤄내지 못했나”라는 질문을 1970년대에 내놓은 책에서 던졌다. 갑론을박이 있었고, 이에 대한 반론도 주목받았다. 반론 요지는 “왜 동양에서 과학혁명이 일어나지 않는가를 물을 게 아니고, 왜 유럽에서 과학혁명이 일어났는가를 물어야 한다”이다. 불이 난 집이 있으면 왜 그 집에 불이 났는지를 살펴야지 불이 나지 않은 옆집을 들여다보면 되겠느냐는 얘기였다. 일리 있는 말이다.

과학혁명 이야기를 지금까지 길게 한 건 올해 일본이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2명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올해 수상까지 해서 일본 과학자는 1945년 이후 과학분야 노벨상을 모두 27명이 받았다. 옆 나라 사람으로서 박수를 보냄과 동시에 부러운 게 사실이다. 한국은 왜 노벨상을 못 받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든 생각이 있다. 여기에서도 질문을 바꿔야 하나? 즉 한국은 왜 과학분야 노벨상을 못 받는가를 물을 게 아니고, 일본은 왜 과학분야 노벨상을 줄줄이 받는가를 물어야 할까? 좋다. 질문을 바꾸면 새로운 게 보일 수 있다. 일본이 예외에 가깝게 잘하고 있다면, 일본의 성공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일본의 성공 비결을 잘 알고 있을까? 일본은 기초과학에 투자를 많이 하잖아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거죠, 우리가 못할 뿐이에요,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럴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편적인 분석과 인상기만 있을 뿐이다.

가령,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이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자 하는 한국인의 열망을 반영, 관련 보고서를 여러 차례 만들어왔다. 내가 갖고 있는 보고서 중 하나는 2019년에 만든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다. 250쪽을 넘어가는 두툼한 보고서인데, 일본과 같은 나라가 왜 잘하는지에 대한 분석은 보이지 않는다. 가령, 일본은 기초과학에 돈을 어떻게 쓰고, 기초과학분야 연구자가 얼마나 많은지에 대한 기본 데이터가 없다. 일본이화학연구소(RIKEN)가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비해 얼마나 연구비를 정부로부터 받는지 하는 정부 자료를 본 적이 없다. 또 한국 천문학자 수가 인구 차이를 감안해도 일본에 비해 턱없이 작다는 얘기를 들은 지 오래다. 실상이 어떤지를 우리는 잘 모른다. 노벨상이 부러우면 잘하는 나라가 왜 잘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엉뚱한 다리 긁지 말고.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


오피니언

포토

송혜교, 두바이서 미모 자랑
  • 송혜교, 두바이서 미모 자랑
  • 송해나 '심쿵'
  • 투어스 신유 '부드러운 미소'
  • '컴백 D-1' 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