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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도 안 시키고 3시간 죽치기?”···스타벅스, 참고 참다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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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5 05:00:00 수정 : 2025-10-15 05:37:02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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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스타벅스’의 끝, 이젠 ‘질서 있는 제3의 공간’으로
“이래야 진짜 스타벅스다”…소비자 반응 대체로 ‘긍정적’

그동안 외부 음식에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여온 스타벅스가 최근 “매장 내 외부 음식과 음료 취식을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지난해 9월 국내의 한 스타벅스 매장을 찾은 고객이 스타벅스에서 주문한 음료와 함께 외부에서 반입한 떡볶이와 튀김을 먹는 모습. SNS캡처·뉴스1

‘열린 공간’을 표방하던 스타벅스가 ‘관리된 공간’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1990년대 이후 도시인의 대표적 휴식처로 자리 잡았던 스타벅스 문화가 근본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에서 ‘이용자를 위한 공간’으로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지난 13일부터 전국 매장에서 외부 음식 및 음료 반입을 제한하고, 이를 알리는 안내문을 비치했다.

 

회사 측은 “모든 고객이 쾌적한 환경에서 매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며 “매장 내 위생과 질서 유지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아를 동반한 고객의 이유식 섭취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그동안 스타벅스는 향이 강하지 않은 음식에 한해 외부 음식 취식을 묵인해왔다.

 

일부 고객이 이를 악용해 주문 없이 도시락을 먹거나 장시간 머무는 일이 잦아지면서 매장 내 혼잡과 불편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몇 몇 점포에서는 노숙·흡연·소란 등 안전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커피가 아니라 공간을 판다”…스타벅스 철학의 전환점

 

스타벅스의 창업 철학은 ‘커피가 아니라 공간을 판다’는 것이었다. 하워드 슐츠 전 회장은 매장을 집(First place)도, 직장(Second place)도 아닌 ‘제3의 공간(Third place)’으로 설계했다.

 

누구나 앉을 수 있고, 와이파이와 콘센트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적 운영은 스타벅스를 ‘문화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코로나19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좌석이 줄고 테이크아웃 중심으로 바뀌며 ‘머무는 공간’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렸다.

 

주문 없이 장시간 머무는 ‘공짜 손님’이 늘어나면서 정작 유료 고객이 머물 자리조차 부족해졌다.

 

이번 조치는 결국 ‘모두에게 열린 공간’에서 ‘이용객 중심의 공간’으로의 전략적 전환으로 풀이된다.

 

이번 공지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다”, “분식 세트 가져와 먹는 사람 봤다”, “배려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등 SNS상에는 찬성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커피 파는 곳에서 다른 브랜드 커피를 마시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다수 공감을 얻었다.

 

◆전문가들 “개방성, 일부 사용자에 의해 과도하게 소비…모두가 불편해져”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위생관리 차원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의 리셋이라고 볼 수 있다”며 “‘열린 공간’에서 ‘관리된 공간’으로의 전환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일관성과 고객 경험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을 배제하는 게 아닌 브랜드가 약속한 ‘경험의 질’을 지키기 위한 선 긋기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프랜차이즈 전문가는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한 공간에 대한 지나친 자유는 결국 공동체의 불편으로 이어진다”며 “스타벅스의 이번 결정은 소비자 간 갈등을 예방하고, 매장의 기본 기능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불만을 표현하지 못했던 다수의 ‘조용한 고객들’이 오히려 환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동일한 원칙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가맹점 운영 안정성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며 “직원들이 고객 응대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벅스는 그동안 ‘도시인의 쉼터’라는 상징성을 가졌지만, 이제는 그 공간의 질서를 되찾기 위한 문화적 리부팅의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공공성과 사적 이용의 경계가 모호했던 ‘제3의 공간’이 이제 자율에서 규율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를 거치며 식음 공간의 위생은 곧 브랜드 신뢰와 직결되는 요소가 됐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외부 음식은 조리·보관 과정이 불분명해 위생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유아 이유식만 허용한 것은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조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스타벅스는 오랜 기간 관대함으로 호감을 얻었지만, 이제는 ‘배려의 피로감’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침은 고객 간 마찰을 줄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오히려 만족도를 높이는 조치가 될 수 있다.

 

카페는 더 이상 단순한 커피숍이 아닌 시민들이 공유하는 제한적 공공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다만 그 개방성이 일부 사용자에 의해 과도하게 소비될 경우 모두가 불편해질 수 있다.

 

스타벅스의 이번 결정은 도시 공간의 사적 이용에 경계를 그은 실험적 시도로 의미가 크다는 게 중론이다.

 

외부 음식 금지 조치는 단순한 운영지침이 아니다. ‘모두의 공간’에서 ‘이용자 중심의 공간’으로 문화적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다.

 

개방의 시대를 상징했던 스타벅스가 질서의 시대를 여는 첫 번째 실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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