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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관중 가득 찼던 브라질전 0-5 완패의 후유증? 텅텅 빈 파라과이전 관중석...스리백 완성도 올리고, 포트2 사수 절실했던 홍명보호, 파라과이 꺾고 한숨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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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4 22:07:01 수정 : 2025-10-14 22:16:09
상암=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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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경기에서 엄지성이 첫 골을 넣고 손흥민과 포옹을 하고 있다. 뉴스1

[상암=남정훈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과 파라과이의 10월 A매치 두 번째 평가전이 열린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지난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브라질전엔 가을비가 세차게 내렸음에도 6만3237명의 관중이 가득 들어찼고, 경기 전부터 대표팀의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축구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반면 이날은 비도 내리지 않고 시원해 축구보기엔 훨씬 좋은 가을밤 날씨였지만, 관중석은 반도 다 들어차지 않을 정도로 썰렁했다. 경기 전에도 경기장 및 지하철역 주변도 대표팀의 A매치가 열리는 날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산했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판매된 티켓은 약 2만1000장에 불과했다.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 축구 대표팀의 친선경기. 홍명보 감독이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 뉴시스

축구팬들의 직관 열기가 미적지근 했던 이유는 한국과 맞붙은 상대의 ‘네임 밸류’ 때문일 수도 있다. 브라질은 에이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비롯해 호드리구(이상 레알 마드리드), 마르쿠스 쿠냐(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세계적인 명문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최근 우승이 2002 한일 대회긴 해도, 월드컵 최다우승국(5회)이라 브라질 자체가 축구에선 최고의 브랜드인 팀이다. 반면 파라과이엔 빅클럽에서 뛰는 스타급 선수는 전무하다.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경기 전반전, 대한민국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최다 출전한 손흥민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경기 시작 기념 유니폼을 전달받고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10일 브라질전에 개인 통산 137번째 A매치에 출전했다.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상 136경기)을 제치고 한국 남자 축구 역사상 최다 출전 기록 보유자가 됐다. 2010년 12월 시리아전 데뷔 이후 15년 만이다. 뉴시스

다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대표팀을 향해 싸늘하게 돌아선 팬심과 이전에 비해 떨어진 기대감 때문이란 분석이다. 2022 카타르 올림픽을 앞두고도 파라과이와 수원에서 평가전을 가졌는데, 그땐 4만여 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맞상대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지난해 7월 홍명보 감독의 사령탑 선임 과정에 불거진 공정성 논란과 올해 초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한 ‘비토’ 정서로 인해 대표팀 인기가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브라질전에 이어 이날도 홍명보 감독의 얼굴이 전광판에 나올 때마다 관중석에선 야유가 나왔다. 지난 브라질전에서 137번째 A매치에 출전하며 최다 A매치 최다 출전 신기록을 세운 손흥민에 대한 기념행사가 열렸는데, 기념 액자를 전달하던 정 협회장이 전광판에 비춰지자 팬들의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여기에 나흘 전 브라질전에서의 0-5 대패로 인해 ‘홍명보호’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것도 역대급 관중 감소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경기 전반 대한민국 손흥민이 황인범에게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브라질전 완패로 떨어진 사기를 회복하고 북중미 월드컵에서의 조 편성 때 포트2를 사수하기 위해 홍명보호에겐 이날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홍 감독은 ‘캡틴’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과 중원 사령관 황인범(페예노르트), 수비진 핵심 ‘철기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만 브라질전에 이어 이날도 선발로 출장시켰고, 나머지 8명을 모조리 바꿨다. 내부 경쟁 및 테스트와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한 실험이 이날도 이어졌다.

 

세계 최강 수준의 전방압박으로 한국 중원과 수비를 유린했던 브라질과 달리 파라과이는 압박의 강도도 그다지 높지 않았고, 선수단 수준도 브라질에 비해 두 수는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한국이 공격을 주도하면서 경기가 이어졌다.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경기에서 엄지성이 선제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선취골도 한국의 차지였다. 전반 15분 이명재(대전)이 왼쪽 측면에서 골문 앞으로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수비하던 파라과이 수비수 주니오르 알론소가 걷어내려다 실수를 범했다. 골문 앞에 위치해있던 엄지성(스완지시티)이 이를 침착하게 골대 안으로 차 넣었다. 이날 경기는 엄지성의 A매치 네 번째 경기이자 선발 데뷔전이었다. 2022년 1월 아이슬란드전 이후 약 3년 만에 선발 데뷔전 자축포를 터뜨리며 홍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홍 감독은 김민재를 중심으로 이한범(미트윌란), 박진섭(전북)이 센터백으로 나서며 브라질전에서 처참하게 무너졌던 스리백을 다시 한 번 가동했지만, 이날도 썩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이었다. 특히 덴마크리그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이한범이 두 번이나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전반 3분엔 골키퍼 김승규와의 소통 오류로 인해 김승규가 급하게 걷어낸 공이 상대 공격수의 몸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갈 뻔 했다. 전반 막판에도 후방에서 공을 돌리며 빌드업을 하는 과정에서 이한범이 골키퍼에게 준 백패스가 상대 공격수에게 빼앗겼고,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허용했다. 김승규가 놀라운 선방으로 슈팅을 막아내며 실점으론 이어지지 않았다.

 

후반 들어 홍 감독은 대규모 선수 교체로 다양한 조합을 시험을 이어나갔다. 손흥민을 빼고 오현규(헹크), 이동경(김천)과 이한범을 빼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조유민(사르자)를 투입했다.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경기 후반 대한민국 오현규가 추가골을 넣고 김민재와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양 팀이 일진일퇴 공방전을 거듭하며 1-0 스코어가 이어지던 후반 29분, 한국의 추가골이 터졌다. 김문환(대전)에게 스로인을 받은 이강인이 공을 지켜냈고, 중원에서 절묘한 스루패스를 전방에 넣어줬다. 수비 뒷공간을 노리던 오현규가 패스를 이어받아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았고, 골키퍼까지 제친 뒤 오른발로 빈 골대에 공을 밀어 넣으며 쐐기골을 터뜨렸다. 이후 한국은 파라과이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2-0 승리를 지켜냈다.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경기 후반전, 대한민국 오현규가 팀의 두 번째 골을 넣고 이강인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수비 조직력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나흘 전 일본과 2-2로 비긴 ‘다크호스’ 파라과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홍명보호는 한숨 돌리게 됐다. 파라과이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37위라 23위인 한국이 포인트 상승이 그리 크진 않지만, 잃지 않았다는 것만 해도 큰 소득이다.

 

한편, 이날 일본은 한국에 5-0 승리를 거둔 브라질을 상대로 전반에 두 골을 먼저 내주고도 후반에만 내리 세 골을 몰아치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3-2로 이겼다. 브라질을 상대로 역대 전적에서 2무 11패로 밀려있었던 일본의 역사상 첫 브라질전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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