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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대학생 통장서 수천만원 인출 확인… 돈세탁 거친 듯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피해 확산]

입력 : 2025-10-14 19:20:00 수정 : 2025-10-14 22:57:52
예천=배소영 기자, 안승진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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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고문 사망 사건 수사

범죄 수익금 출금한 정황 드러나
경찰, 자금 흐름·연루자 수사 나서

실종신고 후 현지서 발견 20대 女
‘유인책 활동’ 제보에 사실 파악 중
警 국수본부장, 15일 캄보디아로
캄보디아 공항 출국장에 경찰 배치

캄보디아에서 현지 범죄조직에 의해 고문당해 숨진 한국인 대학생 통장에서 조직 범죄수익금 수천만원이 인출된 정황이 드러났다.

 

경북경찰청은 캄보디아에서 현지 범죄조직에 감금·폭행 당해 사망한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 박모(22)씨의 통장 인출 자금 흐름과 연루자를 수사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올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사기 용의자들이 건물을 급습한 현지 경찰에 체포된 모습. 프놈펜=EPA연합뉴스

경찰은 대포통장으로 이용된 박씨 통장에서 1억원 이하의 자금이 인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은 자금 인출에 연루된 관계자가 최소 3명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7월17일 “현지 박람회를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8월8일 캄포트 보코산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검찰은 박씨 살해 혐의로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했고, 국내 경찰은 대포통장 모집책 역할을 맡은 박씨의 대학 선배 홍모(20대)씨를 검거했다. 현재 박씨의 시신은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사원에 안치됐으며 국내 송환은 지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 인출기와 이체 등 여러 단계의 돈세탁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익금을 나눠 가졌다면 공범으로 볼 수 있어 유통 경로를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3m 담벼락에 둘러싸인 시아누크빌 범죄단지 14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있는 범죄단지로 추정되는 건물 외곽에 3m가 넘는 담벼락이 서 있다. 시아누크빌=연합뉴스

최근 캄보디아 현지 범죄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전국적으로 한국인 납치 및 실종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 경기 성남수정경찰서에는 “아들이 캄보디아 모처에 감금된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에 실종 신고된 20대 A씨는 1일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납치돼 2만테더코인(약 3000만원)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인천에서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캄보디아로 출국한 자녀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 4건이 접수됐다. 대구에서는 캄보디아로 출국한 2명의 행방이 묘연하다. 경찰에 따르면 양모(34)씨는 “빌린 돈을 갚기 위해 2∼3주간 캄보디아에 다녀오겠다”며 출국했고, 지난 11일 ‘중국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다시 연락하겠다’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부산에서는 캄보디아로 향한 2명의 행방이 불명하다. 50대 남성인 B씨는 구직을 위해 5월 초 출국한 뒤 보름여 만에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이후 B씨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캄보디아의 한 건물에 감금돼 있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올해 7월 출국한 것으로 확인된 20대 남성도 “캄보디아에서 납치됐다”며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인에게 감금 사실을 알렸다.

 

전남 여수에서는 “아는 형을 만나 캄보디아에 일하러 간다”고 말한 30대 남성의 행방이 묘연하다. 경남 함안에 사는 30대 남성은 최근 캄보디아로 출국한 후 연락이 두절돼 경찰이 소재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청. 뉴시스

캄보디아 현지에 납치·감금된 피해자를 피해자로만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범죄수익 세탁이나 보이스피싱 사기에 가담하는 것을 인식하고도 캄보디아로 향하는 피의자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0대 실종 여성 C씨가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유인책’이었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다만 현재까지 C씨의 구체적인 범죄 연루 정황이 드러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청 관계자 역시 “(경기지역서 실종신고됐다가 귀국한) 20명은 단순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조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도 있어 수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15일 캄보디아로 출국한다. 현지 경찰 관계자를 만나 대학생 사망 사건 등 상황을 점검하고 범죄인 송환 등 수사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경찰은 범죄 노출 가능성이 있는데도 캄보디아로 출국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인천공항 게이트까지 경찰관을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경찰청 국수본에는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 종합대응단’도 운영한다. 캄보디아 관련 온라인 게시물을 모니터링하고 전국 범죄첩보팀을 활용해 캄보디아 거점 조직 관련 납치·유인 등 첩보를 최우선 수집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캄보디아에 구금된 자국민 중 인터폴 적색수배 완료자부터 신속히 송환을 추진하고, 1개월 내 전원 송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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