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전략연구원·한반도평화포럼 공동 학술회의
북한이 작년 상반기부터 물가와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한반도평화포럼이 공동 개최하는 '당 창건 80돌 맞은 북한, 그리고 남북관계' 학술회의를 하루 앞둔 14일 공개한 발표 자료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임 위원은 "2024년 상반기부터 북한 시장 물가와 환율이 매우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이런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2010∼2013년 이후 최장기·최고의 상승폭"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2009년 11월 구권 100원을 신권 1원으로 바꾸는 내용으로 실시된 화폐개혁이 실패하며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는데, 그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는 물가와 환율이 얼마나 올랐는지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북한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특별히 공급물자 부족이나 외화 부족 때문은 아니라고 짚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전쟁 특수'를 고려하면 공급 물자와 외화 유입이 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다면 남는 해석은 시장 왜곡에 따른 현상이거나 임금 인상 등 원화 남발에 따른 현상, 혹은 두 가지 모두와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2016년 5차 핵실험과 2017년 6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이에 대응하고자 경제 부문의 중앙집권화가 가속했고, 이에 따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져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대해선 "미국, 중국, 러시아의 관심과 경쟁이 치열해지면 원산갈마·나진선봉 인프라 개발을 둘러싼 다자협력의 공간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남북관계를 감안하면 "한국이 주도하는 양자개발 또는 다자개발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북미관계가 개선되더라도 기존 남북경협, 특히 개성공단이나 광물 인프라의 경우 대북제재의 본질에 해당하고 매우 많은 제재가 중첩돼 있어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학술회의 발표 자료에서 북한이 '한미일 대 북중러' 냉전 구도가 고착하기를 바라겠지만 국제 정세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지금과 같을 수는 없는 데다, 중국이 북중러 진영화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최 부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은 북한이 의지하고 있는 대외정세에 변화가 생길 여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탈냉전 이후 수십년간 구축해 온 한중·한러관계의 성과들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강대국 경쟁의 경계를 관통하는 협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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