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겹겹의 색채 위에서 조각칼로 회화적 풍미를 빚어내 온 서양화가 이미애 작가의 개인전 ‘겁쟁이의 꿈’이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아산병원 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병상에서 겪은 아픔과 고통을 창조적 원천으로 삼아 보편적 주제로 연결하는 ‘꿈꾸는 겁쟁이’ 시리즈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사의 고비를 겪었던 작가에겐 이번 서울아산병원 갤러리 전시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작가는 다층 구조의 색채를 조각칼로 집요하게 탐구해 자신만의 개성적인 조형 세게를 구축해 왔다.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색채를 파고 깎는 과정에서 정연한 구성과 깊은 질감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미묘한 색채를 찾기 위해 깎고 또 깎는 조각칼의 인내는 작가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했다.
겹겹이 쌓인 색채의 다층 구조 위에 작가만의 조삭(彫削)기법(형태를 세워 새기고 깎고 긁어 그림을 완성하는 독창적 작업방식)으로 부각한 구도와 조형성은 기법적 차원에 머무르기 쉬운 작업을 미학적 시각으로 전환시켰다. 작품의 마티에르는 부단한 훈련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든 결과다.
미술 행위 자체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탐색을 통해 완성된 화면에는 ‘꿈꾸는 겁쟁이’라는 그만의 독자적 시각과 철학이 담겨있다. 작품 속 꽃과 나무는 조형적으로 재해석되어 존재감을 드러낸다. 꽃과 나무와 새, 힌트처럼 남겨둔 이야기로 이루어진 화면은 구상화로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패턴화된 도상들로 인해 추상화를 마주한 것 같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꿈꾸는 겁쟁이는 지금은 힘들지만, 생에 대한 다짐을 키우며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은 동시대 여린 아무개의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가 투병 중인 환자와 가족 그리고 갤러리를 찾는 분들께 잠시나마 공감과 위로의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이미애 작가는 홍익루트 회원으로 다수의 개인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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