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김영호와 해당 문건 돌려 읽기도
“상의서 꺼내 본 문건, 尹 특별지시사항”
증거조사 후엔 韓 “계엄 반대했다” 반복
해병 특검, ‘정점’ 尹에 “23일 출석하라”
12·3 비상계엄 당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손에 문건 2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 담긴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이 13일 일부 공개됐다. 문건을 다른 국무위원들과 돌려 읽는 모습도 포착됐다. 대통령실 CCTV는 ‘3급 군사기밀’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이날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 사건 2차 공판에서 해당 CCTV에 대한 증거조사가 진행됐다. 앞서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은 CCTV 영상을 일부 공개해도 된다는 대통령경호처의 공문을 바탕으로 재판부에 증거조사 중계를 요청했고, 재판부가 허가하면서 군사기밀인 대통령실 CCTV 일부 내용이 대중에 공개됐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 12월3∼4일 대통령실 5층 대접견실 내부와 외부 복도 등이 촬영된 총 32시간 분량의 CCTV 영상을 확보했으나, 재판 효율성을 위해 공소사실과 관련된 부분만 편집한 뒤 파워포인트(PPT)로 정리해 법정에 들고 나왔다.
영상을 보면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3일 오후 9시10분쯤 대통령집무실을 나와 대접견실로 들어왔는데, 이때 그의 손엔 문건 2개가 들려 있었다.
한 전 총리가 오후 9시47분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 등과 이 문건들을 돌려 읽거나 오후 10시44분 상의 안주머니에서 또 다른 문건을 꺼내 읽는 듯한 모습도 CCTV에 담겼다. 특검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건넨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별지시사항 문건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CCTV엔 한 전 총리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출석 독촉 전화를 하는 듯한 모습과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의 당위성을 설명할 때 한 전 총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뒤에 한 전 총리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송 장관, 오영주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에게 사후 부서를 권유하는 듯한 모습도 담겼다.

증거조사가 끝난 뒤 한 전 총리는 “기억이 없는 부분도 있다”며 “변호인과 상의해서 (의견을) 말하겠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재판에서 자신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에 대해 전혀 알지 못 했고, 선포에 반대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호 전 장관은 한 전 총리가 계엄에 반대한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윤 전 대통령을 만류했다고 밝혔다. 기존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바꿔 계엄 관련 언급을 한 전 총리가 아닌 윤 전 대통령에게서 처음 들었다고도 했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은폐 의혹 등을 수사하는 채해병 특검팀(특검 이명현)은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에게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이날 통보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재구속된 뒤 특검 조사와 형사재판 등에 연달아 불출석하고 있다. 특검팀이 출석요구서 발송일부터 열흘 뒤로 소환일을 잡은 건 불출석의 명분을 사전에 없애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재판에도 불출석하면서 내란 재판에 14회 연속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없이 진행하는 궐석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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