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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의시읽는마음] 물고기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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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3 23:07:12 수정 : 2025-10-13 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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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물고기가 죽었다

모로 누워

깊이 잠에 든 모습이었다 

 

인공 기포를 따라 흐르는

물길 이어받으며

연한 초록 이파리가 흔들렸다 

 

물고기를 빈 화분에 옮겨 심었다

여물지 않은 흙더미에

강제로 이주한 것이지만 비늘이 녹으면서

갈퀴 모양의 잔뿌리가 생길 것이다

 

분갈이하듯

입원실로 몸을 옮겨 심는

나도 그러했다 

 

화분에서 새어 나오는

은근한 빛이 한밤중의 거실을 비추었다

(하략)

죽은 물고기가 화분의 꽃으로, 나무로 되살아난다면 어떨까. 한밤중 빛이 파닥이는 화분에서 나는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시를 읽고 난 뒤 자연히 ‘회복(回復)’이란 말을 떠올린다. 사전을 열어 보니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이란 뜻이 적혀 있다. 문득, 참 귀하다는 생각! 원래의 상태라는 것. 일상이라는 것. 별다른 탈 없이 흘러가는 오늘과 내일. 그러나 알고 있다. 보통의 하루하루는 언제든 어긋날 수 있고 ‘원래’를 위협하는 크고 작은 일들은 언제든 벌어지게 마련이라는 사실. 그럴 때 “물고기 나무”를 생각해야지. 죽은 물고기를 화분에 옮겨 심는 마음을. 재생(再生)의 희망을.

 

돌연히 닥친 힘겨운 시간을 아주 무겁게, 무겁게 짊어지고 가면서도 누군가는 흙을 더듬는 어떤 지느러미의 기척을 느낀다. 햇볕이 넓게 퍼진 쪽으로 조그만 비늘을 반짝이며 쉼 없이 돋아나는 잎사귀를 누군가는 본다. 보고 만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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