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유화모드서 살얼음판
10월 말 경주 양국 정상회담 빨간불
불발 땐 李정부 외교 동력에 힘빠져
일각 “관세 유예 종료 앞두고 신경전”
치킨게임 땐 손해 막대해 봉합 관측
시진핑, 김정은에 “훌륭한 이웃” 답전
北과 공조 강화 분위기도 韓에 부담
관리 국면에 들어선 듯했던 미국과 중국이 돌연 대립구도로 돌아서는 조짐을 보이면서,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최대 이벤트로 꼽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중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부정적 시나리오와 함께 중국과 북한의 공조 강화 분위기도 포착되고 있어 이재명정부의 실용외교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12일 외교가에 따르면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기싸움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경주 에이펙에서의 미·중 정상 간 만남까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중국이 전략광물인 희토류 수출통제를 강화하는 등 강공에 나서자 미국도 대규모 관세 부과라는 보복조치로 맞서면서 발생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00% 추가 관세’ 맞대응을 발표하며 시 주석과 만날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 에이펙 계기에 열릴 미·중 정상회담 불발 가능성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은 변함 없이 진행하며 미·중 회담 가능성도 다시 열어두는 방침을 밝혔지만 결렬의 불씨가 꺼졌다고 보긴 어렵다.
이번 에이펙에 맞춰 13년 만에 미·중 정상이 동시에 방한하는 데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의장국인 한국으로서는 이 회동의 결과에 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미·중이 물밑접촉을 통해 에이펙 전까지 접점을 찾는다면 두 정상의 만남이 성사되겠지만, 결국 불발될 경우 정부의 외교적 동력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미·중은 지난 4월 서로에게 100% 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대치하다가 4차례 무역협상을 거치며 갈등이 수습되는 듯했다. 그러나 에이펙 계기에 열릴 정상회담을 약 20일 앞두고 충돌하고 말았다. 관세전쟁 휴전, 중국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 관련 타협 등으로 유화 메시지를 주고받던 미·중관계가 다시 살얼음판을 걷게 된 데는 지난 수개월 동안의 협상에서 쌓인 갈등 요인이 터져나온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의 방위산업, 반도체 등 핵심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희토류 정제가공 공정이 거의 중국에 집중돼 있어 미국은 사실상 중국에 희토류 공급망을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부터 중국과 총 4차례 고위급 무역협상을 하면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조치를 완화하는 특히 초점을 뒀는데,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강력한 통제조치가 나오면서 고율 관세로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강경 대응은 정상회담과 다음 달 10일 관세 유예 종료일을 앞두고 각각 협상력을 최대치로 높이기 위한 계산이 깔린 조치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 여지를 열어두는 언급을 했고, 중국 상무부도 입장문에서 미국을 비판하면서도 ‘협상 성과를 지키자’는 취지를 말했다. 두 나라 모두 ‘치킨게임’으로 갈 경우 잃을 것이 막대한 만큼 실제 파국으로 가기 전에 물밑접촉을 통해 봉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미·중 관세전쟁이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경제 혼란은 불가피하다.
이런 한편, 중국은 연일 북한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국제 및 지역 문제에서 전략적 협조를 강화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1일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 76주년을 기념해 김 위원장이 보낸 축전에 이렇게 답전을 한 것이다. 시 주석은 답전에서 “중·조(북·중)는 운명을 같이하고 서로 돕는 훌륭한 이웃, 훌륭한 벗, 훌륭한 동지”라며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를 언급하며 “두 당, 두 나라 관계발전의 설계도를 공동으로 마련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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