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체결한 韓엔 기존 쿼터 유지를”
철강업계 “적극적인 통상 대응 필요”
정부가 유럽연합(EU)의 철강보호무역 강화 조치에 대한 총력 대응 방침을 세웠다. EU와의 공식·비공식 협의 채널을 총동원해 국내 철강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고,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강구한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0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그케베르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무역투자장관회의 및 철강 공급과잉에 관한 글로벌 포럼(GFSEC)에서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양자 회담을 갖고 EU의 이번 조치가 한국 철강 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전달했다.
앞서 EU는 지난 7일 글로벌 철강 수입 쿼터 총량을 기존 대비 47% 줄이고 쿼터 초과 물량에 부과되는 관세율을 25%에서 50%로 두 배 높이는 저율관세할당(TRQ) 제도 도입 계획을 밝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EU 철강 수출액은 미국(43억5000만달러)보다 많은 44억8000만달러(약 6조3000억원) 규모로, 이번 조치가 시행될 경우 수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여 본부장은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에게 “한국은 14년차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로서 비(非)FTA 국가와는 차별화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가 새로운 국가별 물량을 배분할 때 FTA 체결국을 고려하겠다고 명시한 점을 앞세워 기존 교역 수준을 유지해달라고 설득한 것이다. 한국의 EU 철강 수출 물량은 지난해 기준 약 380만t으로 이 중 약 263만t을 나라별로 부과된 쿼터를 통해, 나머지 물량은 글로벌 쿼터를 활용해 전량 무관세로 수출했다.
산업부도 지난 10일 긴급 대책회의를 마련하고 철강업계와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서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EU 등 철강에 대한 보호무역 기조가 세계 철강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통상 방어 조치가 엄격하지 않은 국가를 대상으로 ‘밀어내기 수출’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불공정 수입 철강재 유입을 차단하는 집중적인 통상 대응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철강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저탄소·고부가 전환에 대한 범부처 차원의 지원 확대도 요청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EU 조치는 정부·협회·업계 전체의 대응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국가 대 국가로 신속히 물밑 접촉을 진행해 쿼터를 더 배정받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