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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가 살까?”…한 달 월세 4000만원인 집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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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2 05:00:00 수정 : 2025-10-12 05:29:03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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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고가 월세 시대…“소유에서 이용으로, 고급 주거 트렌드가 바뀐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월 수천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월세 거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초고가 월세 시장은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게티이미지

강남을 넘어 용산·성동 등 신흥 고급 주거지로 확산하면서 주택을 ‘소유’보다 ‘이용’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고소득층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초고가 월세 거래, 기록 경신 이어져

 

12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8만 280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월 임대료 100만원 이상은 3만3707건, 전체의 40.7%를 차지했다. 1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거래는 169건에 달했다.

 

가장 비싼 사례는 지난 6월 성동구 성수동1가 ‘갤러리아포레’ 24층 전용 241.93㎡로,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000만원이 책정됐다.

 

같은 달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06.89㎡도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3000만원으로 계약됐다.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역시 4월 보증금 5억원, 월세 3700만원으로 갱신되며 직전 계약 대비 월세가 1600만원 급등했다.

 

한 달 임대료가 중형 승용차 한 대 값에 달하는 셈이다.

 

◆누가 월 4000만원 내고 살까?

 

이 같은 초고가 월세의 주요 수요층은 고소득 자영업자, 연예인, 외국계 기업 주재원으로 꼽힌다.

 

연예인의 경우 불규칙한 수입 구조와 해외 활동으로 인해 주택을 소유하기보다는 월세를 선호한다.

 

외국계 기업 주재원 역시 회사가 주거비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매입보다 월세로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유튜버, 스타트업 창업자 등 신흥 부유층 젊은 세대가 새로운 수요층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주거를 자산이 아닌 ‘소비재’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뚜렷해진 것이다.

 

◆강남에서 용산·성동으로 ‘확산’

 

초고가 월세의 지리적 분포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강남·서초구가 중심이었지만, 최근 용산·성동으로 시장이 확대됐다.

 

용산구 ‘한남더힐’, ‘나인원한남’은 한강 조망권과 도심 접근성을 동시에 갖춘 입지로 주목받고 있다.

 

성동구 ‘트리마제’, ‘아크로서울포레스트’, ‘갤러리아포레’ 등은 서울숲 인접성과 고급 커뮤니티 시설로 인기를 끌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한남동·성수동은 이제 강남 못지않은 프리미엄 월세 벨트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전세 축소 → 월세 전환’ 가속화

 

전문가들은 이 같은 초고가 월세 트렌드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세 물량이 줄면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2만83건이던 서울 월세 매물은 10월 1일 기준 1만9881건으로 감소했다. 공급이 줄자 가격 상승 압력도 커졌다.

 

KB아파트 월세지수는 9월 129.7로 전달(128.8)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강남 11개 구는 131.7, 강북 14개 구는 127.2로 일제히 올랐다.

 

◆전문가들 “글로벌 대도시와 닮아가는 서울”

 

전문가들은 서울의 초고가 월세 현상이 런던·뉴욕·도쿄 등 글로벌 도시의 고급 주거 트렌드와 닮아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자산 유동성을 중시하면서 고급 주거를 일시적 경험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며 “단순히 세금 회피 차원을 넘어 고소득층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라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는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전세 중심에서 월세 중심으로 구조적 재편을 맞이하는 신호일 수 있다”며 “중산층 이하의 주거비 부담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면에는 중산층 주거 안정성 악화라는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게티이미지

서울 초고가 월세 시장은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 일반 임대 시장까지 가격 상승 압력이 전이돼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소유’에서 ‘이용’으로 이동하는 주거 패러다임은 분명 새로운 흐름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산층 주거 안정성 악화라는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고급 주거의 확산과 함께 서민 주거권을 어떻게 지켜낼지, 정책적 균형 감각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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